스스로에 대한 가치 판단

회사의 평가가 나를 결정하지 않는다.

by 정남이


연말을 맞이하여 인사고과와 승진, 영전 등 회사의 큰 이벤트들이 줄지어 있다.

직원들은 이 기간 동안 기대와 불안, 실망과 안도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탄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최근 연말 인사고과 시즌을 맞이하여, 평가를 열람하고 섭섭함을 감출 수 없었다.

새로운 일로 성과를 내며, 내심 기대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결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워 팀장과 면담을 했는데,

돌아오는 말은 “더 성과 좋은 사람들이 있으니, 그 정도 받는 게 맞아” 팀장은 본인의 결정에 당위성을 부여할 뿐이었다.


내년도 연봉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1차로 흥분과 억울함을 감출 수 없었다.

2차로는 내가 그 정도 평가 밖에 못 받는 사람인지 괴로움에 밀려왔다.

남의 평가로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원치 않았지만, 1년간 지어놓은 농사를 망친듯한 기분이 들었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있던 지난날>

사실 어릴 적부터 남의 평가에 유독 민감했다.


학교 선생님, 친구들, 친척 어른들 까지 좋은 소리보다 긍정적인 소리보다 부정적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불합리한 평가 앞에서도 저항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던 게 아쉽기 그지없다.

자존심이라도 있었으면 그 말이 틀렸다고, 내가 맞다는 걸 증명이라도 해 보였을 텐데 말이다.


10대 대부분을 자존감이 바닥을 기고 있었다.

뭐 하나 내세울 게 없었고, 내 평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였기에 바꿀 마음조차 먹지 못했다.

요즘 이야기하는 '가스라이팅'처럼,

반쯤은 세상과 주변 사람들에게 내 가치를 깎아내려지는 경험을 당했던 게 아닐까.


이건 무서운 악순환이다.

자존감 하락은 사람을 더욱 작게 만드는 ‘복리효과’가 있다.

부정적인 평가 이후에 두 번, 세 번 누적될수록 마음을 좀 먹고, 결국 삶의 다른 영역으로 까지 침범한다.

시도도 해보지 않고 실패를 예감한다거나,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도 망칠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 성적표 vs 내 성적표>

이번 팀장의 평가 때문에 익숙했던 패배감에 또다시 빠질 뻔했다.

억울함이 가라앉고 냉정함이 찾아왔을 때,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왜 내 1년의 가치를 팀장 한 사람의 판단에 맡기고 있지?'


지금껏 '생산자'가 되겠다고 다짐해 왔다.

이와는 반대로 ‘소비자’의 기준으로 가격이 메겨지기만을 기다리고 순응하지만,

‘생산자’ 라면 남들의 기준에 맞추지기 보다 내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가격을 매기는 사람이다.


회사의 평가는 1년 동안 단편적인 실적과 결과물들로만 판단한 것이다.

회사는 이익을 내는 곳이지, 인간적으로 감정을 어루만져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한정된 자원으로 줄 세우기를 하고 명령에 따라 성과를 내길 바랄 뿐이다.


팀장 평가를 ‘나’ 자체의 평가로 해석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스스로 생각하는 기준을 만족했는지 판단해 보았다.


-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연봉 이상으로 회사의 실적을 안겨주었는가? (Yes)

- 비합리적 지시를 받고 분노한 이야기를 글감으로 썼는가? Yes

- 회사가 시키는 일 외에 주도적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병행했는가? Yes


누군가 이를 보면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신승리’라 폄하할 수 있다.

하지만 외부의 평가에 내 자존감을 인질로 잡히지 않고, 나에 대해 꾸준히 알아가고 성장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주체적인 선언‘이다.


당장은 회사가 성장하여 연봉이 오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개인의 영역에서 매년 성장하는 것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남들이 알파벳으로 평가절하하는 짓에 연연하지 말고, 진정으로 나의 것을 찾아서 축적하자.

그것은 온전히 나의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