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와 함께 일하기
어제 함께 출근한 후배와 잠깐 이야기를 했다. 요새 일 가르쳐준다고 하루 종일 같이 붙어 있었지만, 배워야 하는 일 말고 태도에 대해. 이번에 이야기한 내용도, 한 달 전쯤 이야기했던 일도 모두 한 가지 내용으로 요약된다.
네가 이렇게 행동이나 말을 하면 상대방은 이렇게 느낄 텐데.
그리고 그게 너를 안 좋게 평가하게 만들 텐데.
하나하나는 정말 사소한 일이다. 선배한테 다가가서 먼저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 사정이 있어 급하게 가야 하는데, 본인 업무에서 문제가 생겼으면 조금 더 자세히 상황을 알려줬으면 어땠을까 등등... 나중에 설명을 들어보면 후배의 생각도 십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알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애게 그 후배는 '안 좋은 인상'을 계속 남기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이 친구한테 도움이 될까? 괜히 움츠러들거나, 뭐 이런 걸 가지고 뭐라 하냐고 반항심을 가지지 않을까?
너무 꼰대 같아 보이지 않을까?
실제로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생각할까? 괜히 내가 오버하는 건 아닐까?
해결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나? 눈치껏 하라고? 이건 '열심히 공부해'와 다를 게 없는데.
결국 내 생각은 전달했다. 후배의 반응을 보니, 수긍하는 부분도 있던 반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말하기 전부터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할지에 답은 딱히 없었다. 나도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못했다. 우리 팀, 우리 조직의 문화에 조금 더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걸릴 테고, 그 시간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 후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한 건 다른 걱정 때문이다. 나는 내가 보거나 전해 들은 상황만 알 수 있고, 이야기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나 이외의 다른 여러 사람들과도 이야기하고, 일을 하고 있다. 그 상황들을 내가 모두 알 수 없고, 그 과정에서 내가 우려하는 상황이 더 있을 수 있다. 내 생각을 전해주는 것이 그런 상황을 줄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만 하면, 잔소리하는 꼰대라고 날 좀 싫어하게 되는 건 큰 문제는 아니다.
올해 10년 차가 되면서 처음으로 후배들과 일을 하고 있다. 후배일 때가 훨씬 편했다. 그냥 선배가 뭐라 하면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됐다. (물론, 좋은 선배일 때 이야기이긴 하다... 나쁜 상사 밑에 있는 건, 그 자체로 하루하루가 고통이니까.) 하지만 선배가 되어 후배를 대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이게 이 친구한테 도움이 될까, 안 좋게 들을 수 있으니 최대한 순화해서 말해야 하나, 너무 순화하면 와 닿지 않지는 않을까, 괜히 기죽이는 건 아닌가,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지적해야 하나, 좀 모아서 한 번씩 이야기해야 하나 등등등......
나 자신도 바꾸기 어려운데, 타인을 바꿀 순 없다. 다만 조금 더 일찍 경험한 사람으로서, 알려줄 수는 있을 것이다. 알고 행동하는 것과 모르고 행동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이니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본인의 선택이다. 그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언을 해주는 것. 그게 선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할이 아닐까. (결론은, 앞으로도 꼰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