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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송이 Jan 08. 2025

서른되면서 돌아보는 나의 20대 여행 이모저모1

일본, 영국, 유럽, 몽골, 미국, 쿠바

'여행'이라는 단어를 지운지는 좀 됐다. 현실이 빡세서..

는 장난이고. 숨쉴 틈 없이 열심히 돌아다녀봤고, 그러다보니, 어디를 가는 것보다 '왜' 갔는지가 중요해졌다. 리셋 안되는 인생에서 현실은 싫었고, 숨쉴 곳은 필요했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다른 여러 수단을 선택 안하고 '여행'을 한 게 훌륭했다. 덕분에 가장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스물하나, 일본

스물 하나 때가 처음이었는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 간 곳이 '일본'이었다. 가장 가깝기도 하고, 일본어를 할 줄 안다고 까불었던 당찬 나이이기도 하다. 그렇게 1-2주 정도 일본에서 혼자 돌아다니다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기타큐슈 공항으로 처음 일본에 발을 들이고, 그 뒤로는 후쿠오카, 도쿄, 오사카 등을 갔다.


첫 여행 때는 과감했다. 해보고 싶었던 것, 가보고 싶었던 곳, 먹고 싶은 것 등등에 대해서 모르니깐 더 열심히였다. 혼자 여행도 하고 친구들이랑 다같이 가보고하면서 일본을 조금씩 이해해나갔다.


당시 여행이란 나에게 그랬다. 많이 움직이고 다양한 것을 경험해서 아는 게 많아지고, 이야기가 풍요로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나보다. 여행 후에는 좀 더 수다스러워지고, 여기저기 사진을 포스팅하고 프로필사진을 바꿔가면서 일상에서 내가 더 활발해지고 밝아지는 변화들이 좋았다.


일본은 처음에 여행가기 좋은 장소다.


#스물둘, 영국

교환학생으로 간 영국 셰필드로 1년간 가게 되었다. 영국으로 출발할 때부터 힘들었는데. 루프트한자 독일 비행기로 경유해서 가는 티켓이었다. 당시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이, 내가 이런저런 핑계삼아 수업 전날에 비행기를 끊었다. 그래서 그 비행기를 반드시 타야했었는데, 바행기에 새가 껴서 지연도 아닌, 결항이 떴다.


출국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결항'이 뜨면서, 항공사는 전 승객들을 공항 근처의 호텔인 그랜드 하얏트로 옮겼다. 혼자서 그 넓은 호텔의 한 방을 쓰면서 욕조도 쓰고 넓은 창가에서 만족해했던 것이 기억난다. 다음 날, 수업이 있다는 것을 까마득히 잊은 듯 결항은 됐지만, 고급 호텔에서 쉰다는 게 행복했을 나이였다.


영국 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낭만의 연속이었다. 월-목까지의 지루한 학교 생활을 마치면, 금-일은 영국 자유여행이었다. 1년 레일패스권을 끊어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런던 등 열심히 돌아다녔다. 일본과 다르게 책에서만 보던 이국적인 것들이 즐비했던 곳인 영국. 주말마다 요크(york), 리버풀(liverpool), 위트비(whitby) 등등 지방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현지인보다 더 현지인처럼 영국을 이해했다.


만약 서른인 지금, 나에게 "너 외국 어디가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영국"이라고 할 것 같다.


영국 위트비는 아직까지도 내가 최애 장소라고 꼽는 곳이다.


#스물셋, 유럽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영국에서 한국으로 오기 전에 한달 간 유럽 여행을 다녔다. 영국에서 유럽가는 것은 비행기가 매우 쌌다. 네덜란드로 들어가서, 가까운 국가부터 기차든 비행기든 이동하는 건 문제가 없었다. 서유럽보다는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 위주로 돌면서 여행다니는 것을 보면 그당시 풍족하진 않았나보다. 남들 다가는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는 신혼여행 때 가자싶었다.


30일 동안, 5개 국가를 간다는 것은 최소 한 국가에서 일주일 정도를 보낸 것인데, 그 때나 지금이나 많이 여러 곳을 다니는 것보다 하나라도 찬찬히 보는 게 좋은 것 같다. 그 중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 곳은 네덜란드 이준 열사 생가였는데, 당시 사용했던 유품들과 모습들을 그대로 복구하면서 이준 열사의 일대기 및 헤이즈 파병 관련한 내용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방명록 글귀가 기억이 나는데, '너무 늦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라는 문장이었다. 작년에 서대문형무소를 갔을 때 유사한 감정이 들었는데, 그래서 더 생각이 나나보다.


땅이 크고 사람이 많은 나라가 큰나라가 아니고
땅이 작고 사람이 적어도
위대한 인물이 많은 나라가 위대한 나라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산다 함은 무엇을 말함이며
죽는다 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살아도 살지 아니함이 있고
죽어도 죽지 아니함이 있으니

살아도 그릇 살면 죽음만 같지 않고
잘 죽으면 오히려 영생한다.


겨울 유럽은 매섭긴 하더라.


다음 여행지는 다음 글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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