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번아웃

2026년 D-8

by 삶송이

벌써 2025년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2025년이 8일 남았다. 9월부터 하루에도 캘린더를 수십, 수백번을 보았다.


시간의 흐름은 “스토리”를 담아야 인지하고 기억하게 된다고하던데 되돌아보는 2025년은 기억이 거의 없었다. 역설적으로 2025년에는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동이 많았다. 대학원을 갔고 4-5년만에 해외를 나갔고 수백명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했다.


그동안 무엇이 그렇게 나를 짓누르고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는데도 꽤 오래걸렸다. 한번은 숨이 안쉬어졌다, 공황을 처음 느꼈었다. 그 공간이 회사라서 더 힘들었다. 한번은 눈물이 계속 났다. 감정 컨트롤이 안되었다. 이유도 계기도 없는 감정폭발이었다. 무기력증, 번아웃으로 표현되는 신체적 반응과 감정적인 표현들은 꽤 직관적이었다.


본인이 만든 동굴에 들어간 사람이라면 알거다. 무한 시간 루프 속에 뛰어다니는 토끼처럼 쉴새없이 바쁘다. 수없이 들리는 외부 소음과 내면에서 들리는 소리들로 좋다가 슬펐다가 반복되는 하루를 보낸다. 시계를 보면 아직 10분도 지나지 않은 채, 나는 그렇게 바빴다. 그래서 잠을 선택했다. 현실은 너무나도 시끄러웠으니깐.


생각보다 잠은 달콤하지 않았다. 잠 들기까지 생각들과 싸우고 일어나면 현실을 마주해야했다. 알고리즘으로 뜨는 콘텐츠는 “명상”, “asmr”, “정신상담” 등등 그간의 나를 반영해주는 영상이 떴다. 생각보다 나는 죽고는 싶지 않구나, 나는 괴롭지는 않구나 싶었다.


이런 생활을 하다보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보였고 나는 “자기 통제”를 선택했다. 할 것들을 줄이고, 해야할 것들을 줄이고, 하고싶은 것들을 줄이면서 사는 것. 모든 것들에 손을 떼고 “운동”만 하자고 결심했다. 다 포기해도 바깥에 나가고, 몸은 움직이고, 햇빛은 마주하자는 것이 나의 운동이었다. 몸뚱아리만이 내가 가장 컨트롤하기 쉬웠고 누군가의 눈치를 안 봐도 되었다.


그렇게 보낸 2025년 12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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