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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송이 Jul 04. 2023

휴식이 필요해 1

[틱톡 일기 37] 잠시 탈출을 하겠습니다...

6월 크나큰 행사가 끝나고 유난히 멍을 많이 떄리게 되는 날들이 많았다. 아마 가장 크게 긴장시키겠던 상위 목표의 부재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더더욱 휴식이 필요했다. 뇌를 빼고 놀 수 있는 방법 하나와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방법 하나 이렇게 일주일을 달콤하게 보내기로 하였다.


뇌 빼고 놀기, 워터밤 2023

워터밤 2023 1일차(금)

워터밤은 처음이다. 전날까지도 '워터밤이구나' 했는데, 실제로 가니깐 광장했다. 내가 나를 지우고 놀 수 있는 공간이자, 시간이 허락된 날이었다. 소리도 마음껏 지르고 날뛰고 춤추면서 워터밤 경기장을 나가면 절대 하지 않은, 아니 못할 행동들을 했다. 오랜만에 20살로 돌아간 듯한 기분도 들고, 상당히 들뜨고 경쾌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술을 찾아 마시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물총을 겨누면서 내가 아닌 나로 활동할 수 있었다.


진정한 '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수많은 가면들을 벗겨야 보여지는 모습들이 많다. 힘들 때도 힘들다고 말하면 안되는 포지션이라고 나를 얽매고 화날 때도 억누르는게 익숙해서 좋은게 좋다고 넘어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런 페르소나들을 다 걷어내고 온전히 나로서 논다는게 나한테는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내가 어떻게 보여지는지를 가장 많이 신경쓰는 요즘, 꽉 끼는 세미정장과 구두는 답답하기만 하고 청바지보다 츄리닝 반바지가 편한 나이기에, 워터밤을 즐기는 건, 나에겐 갑옷을 벗은 듯 행복했다. 내가 나를 속이고 나에게 부여한 말도 안되는 의무감과 거추장스러운 장식구들은 잠시 내려놓았다.


그래. 원래 나이랬지. 왜이렇게 유교걸이 된거야?
그래. 시x 착한 척하기 너무 힘들었다


감추고 싶은 게 많을수록 사람은 더욱 멋져보인다. 더욱 근사해보인다. 이러한 맹목적인 선망은 나를 망친다. 감정 컨트롤이 힘들어지고 공감능력을 없애고 생각하는 것을 힘들게 한다. 그렇게 나는 망가졌던 게 아닐까.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을수록 그렇게 도망간 곳에는 답이 없다는 것을, 모든 여정 끝에서 느끼는 나다.


워터밤 내내 미친 x이 되어 사정없이 흔들고 지르고 (물총) 쏴댔다. 코로나 2년 동안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것도 힘든 내가, 사는 인생 내내 답답한 가면을 어떻게 쓰고 다녔을까싶기도 하였다. 저녁 워터밤 공연 때는 진짜 물총을 하두 쏴대면서 소리지르고 떼창해서 물총에 물을 계속 채우러다녀야 했다 ㅋㅋㅋ (예진아 미안하닼ㅋ) 밖에 돌아다니는 적 말고도 내면의 나를 향해 겨누는 적이 있었는데, 왜 나는 외부 탓을 했을까 싶었다.


선미 공연 이후 마지막에 지코가 마지막 공연에 앵콜까지 하면서 폭죽이 터지고 불이 터지면서 물탱크가 미친듯이 하늘에 쏟아졌다. 땅은 물바다인데 하늘은 불바다인 이 환장적인 공간 속에서 정말 사라지고 싶었다. 이렇게 즐겨도 전혀 후회가 없었으니깐.


숨통이 트는 그런 날이었다. 워터밤은. 한국 돌아오고 2년 동안 착한 척하면서 숨통 쥐어틀면서 나를 내가 제일 괴롭혔던 시간들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그런 날. 어떻게보면 열심히 살아왔기에 이런 감정이 드는 거 아닐까하면서 삶에 대한 반증일 수도 있는데, 그 정도로 좋았다는 것이다. 이런 감정이, 이런 기분이 후회없이 살았다면 당신도 들어야 한다. 들었으면 좋겠다. 같이 글을 읽으면서 공감했으면 좋겠다.





#워터밤 #워터밤서울 #워터밤2023 #직장인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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