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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송이 Oct 02. 2023

노잼시기면 뭐 어때요?

나만의 노잼극복기 _ 추석 연휴 일기 1

이번 추석 연휴는 아무 계획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도 하지 않았고, 무엇을 할까에 대한 강박이나 스트레스도 없었다. 요새 나의 삶은 회색(grey)같다. 검정과 하얀 사이에서 이도저도 아니고, 명확한 색도 없는. 좋게보면, 이러저러한 가치판단을 하지 않게 되고 다양한 사람과 접하는데 낯설어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그런 사람. 나쁘게 보면, 애매하고 선택에 있어서 갈팡질팡하고 주관이 없어 귀가 얇은 그런 사람.


인풋(Input)이 없어 아웃풋(Output)을 못 내는 상황.

자극이 없어 동기부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

목표의 부재로 방황하는 상황.

기타 등등 온갖 이유들로 포장이 가능하다.


그래서 상황을 바꿔보고 환경을 바꿔보고 생각을 바꿔보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그런 추석 명절을 보내고 있다. 관성의 법칙처럼 다른 자극이 없으면, 사람은 살던대로 살아가니깐, 뭐라도 하자는 그런 마인드로 말이다. 소위 지금 시기가 노잼시기라고 본다면, 나만의 노잼 극복기라고 봐도 좋겠다. (누군가는 나와 같은 시기를 보낼 수 있으니깐^^*)


사실 남들의 시선은 관심이 없어요 ㅎㅎ


노래 들으면서 드라이브하기


가족들과 3-4일을 같이 보내면서 여기저기 다녔다. 그러면서 느낀 건, 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창문을 열고(에어컨은 싫다..) 운전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이다. 남이 운전해주는 차를 타면 여유롭게 딴 짓을 하면서 놀기 좋다. 그러나 나는 운전하면서 네비에 따라 길을 익히고 풍경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가는 그 여정자체가 심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대전에서 서울 올라오면서, 서울에서 가평을 가면서 족히 3시간 이상을 운전하면서도 어깨, 허리는 아파도 온전히 목적지만을 보면서 잡생각을 안하는 그 시간이 좋았던 것 같다. '저녁에 뭐 먹지? 운동을 갈까말까?'하는 사소한 고민부터 'OO앱 앱스토어 순위가 어떻게 됐지? 크리에이터들이 영상을 언제 주지?'하는 업무적인 고민까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니깐.


차선을 어디서 바꿔야하고, 어느 고속도로를 타야하는지를 보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하늘에 구름과 내 차선과 달리, 반대차선으로 꽉 막힌 도로를 보면서 안도하는 순간을 느끼며, 내 취향에 따라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그 시간이 어떻게 보면 일상 속에서 가장 바랬던 상황인지도 모른다. 눈치를 보지않고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니깐.


그동안 외국을 떠돌아다녔던 기억을 회고하면, 온전히 나로써 있는 시간들을 찾아 해맸던 것일 수도 있다. 복잡계 속에서 '나'라는 사람을 알기도 바쁜데, 타인들로 하여금 너무 많은 가식을 부려야 하고, 가면을 써야했기에 피로해진 그런 상태였기 때문이다. 근 2년 동안, 외국 나갈 생각을 전혀 안한 것을 보면, 잘 적응하고 사는 듯했는데, 운전을 하면서 느꼈다. '잘 숨기고 있었구나'.


특히, 노을질 때쯔음, 달리는 건 좋더라구요



사진찍(히)기


평소에도 나는 사진을 많이 찍는다. 최근 사진들을 보면, 쿠로(우리집 고양이) 사진 다음으로 많은 게, 하늘 사진이다. '동물과 자연을 내가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이러면서 합리화했었는데, 내 착각이더라. 가족들과 남이섬갔다가, 북한강 옆 "서종제빵소'를 갔다. 여기서 사진은 100장 넘게 찍었다.


사진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3개월 정도 크게 찍질 않았고, 요새는 쿠로와 사랑에 빠져 보는 재미와 날씨에 따라 구름보는 재미에 빠져서 잊고 살았다.아! 여기에 크리에이터들과 일하는 업이다보니, 나보다 그들을 담는 것이 재밌기도 했다. 그러나 카페에서 언니가 캐논카메라로 셔터를 눌러주는데 왜이리 좋고 설렜던지. 그제서야 깨달았다. '나 사진 찍는 것과 찍히는 것 다 좋아했었네!'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남이섬간다고 불편한 구두를 신고 나갔는데 뽕은 뽑은 셈이다. 나랑 비슷하게 가족들도 개인성향이 강하다. 카페가서 여러 디저트와 음료를 시키고 각자 책보거나 공부를 하거나, 유튜브를 보는데 나는 사진을 찍어달라고 졸랐다. '30대가 다가오면 이렇게도 못하는데 20대 예쁜 모습을 많이 담아둬야지'하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내가 보는 나는 예쁘니깐, 여러 다양한 포즈로 찍자' 이 생각이 강한 듯하다. 자기애가 강한 편이다.


사실, 나는 나를 무척 좋아한다. 비교라는 건 잘 안하는 편이고, 남에게도 그닥 관심은 없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장점은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단점은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가늠이 안되어 쉽게 지치기 일쑤다. 사진찍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내가 내 사진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사진찍으면서도 타인의식을 전혀 안하고 포즈취하면서 언니랑 까르르거리는 게 좋다. (요새 이러한 노잼시기를 탈피하려면, 타인한테도 조금씩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긴하네)


나는 내 자신이 좋다. 자신감은 넘치는 나다^^



새로운 (비싼) 음식 먹어보기


우리 동네 근처 이렇게 맛있는 소고기집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부일갈매기. 정말 미친 곳이다. 왜 나는 지금 알았을까. 맛뿐 아니라, 분위기랑 서비스도 다 대박적이다. 식당인데도 인스타그램 비공개로 두면서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식당이라고 하더라 (디엠으로 예약받음...)


가족들이 오랜만에 서울에서 모이면서, 뭐 먹을까 고민을 했다. 나는 맛알못이다. 음식에 크게 관심도 없고, 먹는 음식만 먹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식당을 알았을 리가 없다. 동생 덕분에 예약을 간신히 예약을 했고, 추석 당일 저녁 6시 30분에 갔다. 식당 분위기는 진짜 옛날 음식점같은데, 일본스러운 분위기와 다양한 사케들이 있었고, 손님들은 직접 술을 가져와서 먹기도 하였다.


하루에 일정량의 고기만을 판매하여 신선하고 사케 추천도 매일 달라지며 한우랑 카레라이스 조합을 만들어 낸 아주 신선한 식당, 부일갈매기. 이 날, 사장님의 추천은 한우우설(소혀), 안창살, 살치살, 소꼬리(차돌), 카레라이스였다.(2차로 이자카야도 갔다^^) 이런 고기를 이럴 때 아니면, 먹을 기회가 많이 없는데... 정말 입에서 녹았다.


특히, 우설과 살치살이 기가 막혔다. 두툼한 고기 덩어리가 처음에 나오는데, 식감이 신선했다. 어디 부위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4가지 정도 소스 취향에 따라 먹으라고 했는데, 정말 신박했다. 그 부위가 '혀'였던 것이다. 알고 다시 먹으니, 왜 기분이 달라졌을까. 원효 대사의 해골물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한편, 살치살... 이건 뭐 입에서 그냥 녹아서 무조건 먹어봐야 안다.


평소에는 먹을 생각조차 안했던 음식이면서, 고기 식감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을 안하면서 사는 내가, 가족들과 비싸고 맛있는 소고기를 먹으면서 느낀 건 '가족들과 이런 음식들을 자주, 많이 먹으러 다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들 그 순간 행복해하면서 고기에 대해서 평가를 하고 잔을 부딪히며 사케와 하이볼을 마셨는데, 이런 순간이 자주 왔으면 싶었다. 음식에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라, 이렇게까지 맛있는 음식을 많이 안 먹어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실 소고기 맛집, 부일갈매기 또 가야지!





#직장인일기 #노잼시기 #부일갈매기 #추석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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