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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녕그것은 Apr 27. 2020

꼭 덕후여야 하나?

[편의점에서 유럽까지] #2. 에담치즈와 덕질




 덕후라는 말은 어느새 한 가지 분야에 진득하게 탐구하고 디깅하는 사람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었다. 남들 보다 한 분야에 조금 더 매니아틱 하다고 할까? 과거에는 다소 부정적으로 쓰이던 이 단어가 시대가 변하고 조금씩 양지로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스스로가 어떤 분야의 '덕후'라고 자처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유일하게 열광하는 것은 치즈와 책을 사 모으는 것이다. 치즈는 수집할 수 없기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고, 책은 조심스럽게 취향별로 사 모으는 중이다. 쉽게 애정을 쏟는 성격이 아닌 탓에 나는 덕질 할 대상을 굉장히 유심히, 오랫동안 고심하는 편인데 그렇다 보니 한 가지에 꾸준히 소비하고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덕질'은 마음까지 쏟아버려야 하는 탓에 어느 분야의 덕후들이나 자신의 덕질 대상에 꽤나 높은 허들을 내보인다.


 그렇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치즈에 관심을 갖고 있을 테고, 나는 독자들이 적어도 치즈에 대한 허들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꼭 덕후가 아니라도 어디서 있어 보이기 좋은 치즈를 소개하려고 한다. 







[에담]


 치즈 이름처럼 크게 쓰여 있는 프리코는 브랜드 네임이다. 프리코의 에담치즈인 것. 네덜란드 치즈다. 그래서 동향인 고다와 약간 비슷한 맛처럼 느껴진 것은 기분 탓일까? 고다처럼 담백한 맛을 풍기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은 에담을 선택하기엔 조금의 용기가 필요하다. 



...?



껍질이 있기 때문이다. 발효를 거쳐 만들어진 치즈 자체의 껍질이 아니라 조금은 이질감이 드는 빨간 껍질. 맛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주얼은 선뜻 구매를 시도하기에 주저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파라핀 코팅은 수출 시 치즈의 보존성을 높이고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코팅이라고 한다. 시선을 사로잡긴 하지만 선호도로 이어질까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담치즈는 지방함량이 낮아 심리적 부담 없이 담백하게 즐길 수 있는 치즈다. 


 이렇게 멜론처럼 조각 내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고 먹어도 좋다. 숙성이 얼마 진행되지 않은 에담은 과일향도 나고 버터의 풍미도 난다고 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에담치즈는 충분한 숙성을 거친 제품들이기 때문에 내 입맛엔 고다와 비슷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하는 이유는 빨간 코팅을 벗겨내며 시선을 사로잡기에 좋기 때문. 캠핑을 가거나 와인을 먹으러 갈 때 치즈를 사 가야 한다면 그야말로 딱이다. 다들 조금은 익숙한 브리나 까망베르를 꺼낼 때 빨간 공처럼 생긴 에담을 꺼내보자. 꼭 치즈 덕후가 아니라도 분위기를 리프레시 하며 치즈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기에도 적당하다. 짠맛이 없어 단독으로 먹기에도 부담 없고 숙성의 향이 짙지도 않다.  




 가장 간단하게 즐기는 방법은 치아바타와 함께 오븐에 살짝 구워 먹는 것을 추천한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집에는 쿠팡에서 시켜 둔 유통기한에 얼마 남지 않은 식빵뿐이다. 가장 만만한 식빵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먹어볼지 잠시 고민했다. 잼을 발라 먹는 굽기로 촉촉+바삭하게만 구워 올려 먹으면 왠지 햄이나 야채 등 다른 재료를 더해 샌드위치처럼 먹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식빵을 식빵 같지 않게 조금 더 크리스피 하게 바짝 구웠다. 그 위에 에담을 조각 내 약 1분 30초 정도 더 구워냈더니 꽤나 귀여운 비주얼이 탄생했다. 에담의 담백함은 조금 더 강조되고 식빵은 마치 과자처럼 입안에서 부서지는 재미있는 조합이다. 




 마트에서 지나가다 빨간 공의 에담치즈를 본다면 쿨하게 아는척해 보시길. 

"네덜란드 치즌데, 이건 그냥 있어 보이려고 만든 껍질이래. 

다이어트 할 때 한번 먹어봐."



 당신은 즐기면서 아는 체만 하면 된다. 

꿀팁은 치즈의 정령이 지금처럼 은밀하게 알려줄 테니!






식빵과 함께한 '에담치즈' 치즈력 76%

[치즈력]은 치즈의 정령이 지극히 주관적으로 가격과 맛 식감 유통기한을 포함해 평가하는 지표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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