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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생물 선생님 Aug 25. 2024

아무튼 독립서점

episode 3

언젠가부터 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서 유명한 서점이나 독립서점에 가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강원도 여행 갔을 때 갔던 속초 동아서점도 좋았고, 서울 여행 중 제자와 함께 가서 더 좋았던 독립서점 등등. 내가 사는 부산에 있는 독립서점과 여행 가서 찾아간 독립서점을 소개하려고 한다.


아마도 책방

엄마의 고향 남해 삼동면에 위치한 아마도 책방, 한 때 독립서점 주인이 꿈이었던 나는 이번에 남해 여행을 계획하다가 알게 된 이곳에서 책방지기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바로 예약한 곳이다. 내가 취미로 하는 것과 직업으로 택하는 일은 다르니 주말 3시간의 책방지기 체험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토요일 11시에 도착하여 근처 김밥집에서 김밥 한 줄을 포장해서 오픈 준비를 했다. 일단 책방 곳곳에 숨어있는 조명 스위치를 찾아서 켜고, CD플레이어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CD를 넣는 것부터 시작했다. 책방에 방문한 사람들이 찍어갈 도장 날짜를 2024.08.24.로 변경해 놓고, 카드 단말기 결제 방법을 계속 외우고 ㅋㅋㅋ 현금 결제할 분들을 위해 거스름돈이 있는 돈통을 확인하고, 입간판을 서점 밖에 설치하고, 출입문에 걸어둘 작은 칠판에 정생물의 하루 책방이라고 분필로 적고...


12시부터 15시까지 책방 주인을 체험하는 것이었는데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11시 30분에 한 커플이 들어오는 게 아닌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고 난 후 안절부절 ㅋㅋㅋ 땀이 삐질삐질.... '뭔가 구입해 가셨으면 좋겠는데 난 아직 결제 방법이 익숙하지 않단 말이야.' 생각했다. 엽서 2장을 사셨는데 구구절절 내 상황을 설명드리고 현금 2천원을 받았다. 그 후 정식 오픈 시간이 지나고 아기를 안고 젊은 부부가 방문했는데 이번에는 책을 구입하시겠다고 카드를 주셨다. 카드 단말기 결제가 처음이라며 또 설명드리고 덜덜 떨면서 했는데 생각보다 아주 쉬웠다. 물론 또 결제가 잘 안될까 봐 긴장 상태였으므로 땀을 삐질삐질 ㅋㅋㅋ


그 후로 한 3시간 동안 7팀 정도 다녀가셨고, 나는 책 3권과 엽서 3장을 팔아 3시간 동안 48,800원의 매출을 찍었다. 장부에 적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 결제가 끝나고 책을 드린 다음에 다시 그 책을 받아와서 책 제목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커플과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책방 주인을 꿈꾸고 있어서 체험 중인데 2시간 만에 너무 피곤해서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같이 웃었다. 역시 독립서점은 구경 가는 게 제 맛이다. 내가 어제 갔을 때 아마도 책방 칠판에는 아래의 글이 적혀있었는데 생명과학 교사로서 그 글이 마음에 쏙 들어서 여쭤보니 휴식의 말들이라는 책에 나오는 글이라고 하셨다. 책방에 재고가 없어서 바로 구입하지 못해 아쉬웠다.

아마도 책방, 땀 삐질삐질 카드 단말기, 정생물의 하루 책방


남해의 봄날

남해의 봄날이라고 해서 남해에 있는 줄 알았지만 통영에 있는 남해의 봄날. 전혁림 미술관 옆에 있어서 같이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출판사도 같이 하고 있어 여기서 출판한 책들도 제법 읽었는데 좋은 책이 참 많다. 독립서점은 그 서점만의 콘셉트가 있어서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자연과학 책방 동주

망미동에 있었는데 얼마 전에 동대신동으로 옮긴 책방 동주. 망미동에 있을 때 방문해서 조카 보여줄 동화책 한 권과 내가 읽을 식물 관련된 책, 진화 관련된 책을 구입했다. 책방 안에 현미경도 있는 대학 교수님이 운영하는 자연과학 책방이다. 옮긴 자리가 부산서여고 맞은편이라 9월에 그 학교에서 근무하는 친한 선생님과 방문하여 '이토록 굉장한 세계'를 읽고 진행되는 북토크 행사에 참여하려고 신청했다. 빨리 책 읽어야 하는데 4단위 수업 준비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큰 일이다.


유어마인드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서울에 여행 갔을 때 연세대 다니는 제자와 가보려고 했다가 일정이 변경되는 바람에 못 가겠구나 했지만 운 좋게 다른 제자 만나는 날 함께 갔던 곳ㅎㅎㅎ 책을 살까 굿즈를 살까 하다가 굿즈를 사야지 마음먹고 아래 김두만 작가님의 작은 책에 빠져 꿈의 직장과 2024 빨간 날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올해 병가를 쓰게 된 나는 2024 빨간 날에 의미를 두고 구입. 요즘 출근할 때 가지고 다니는 가방에 달려 있는데 보는 사람마다 재밌다고 하면서도 이걸 돈 주고 샀냐며 놀리는 아이템이다. 12,000원을 주고 샀다고 하면 다들 놀라는데 나는 이걸 볼 때마다 즐거운데 이 정도면 가성비 좋은 소비 아닌가?


마곤달 애카

반려동물 이름을 따서 책방 이름을 지었다는 마곤달 애카, 학교에서 10~20분 거리에 있는데 가봐야지 가봐야지 생각만 하고 가보지 못한 곳. 이번 주 퇴근 후에 꼭 한번 가봐야겠다. 사진만 봐도 내가 사고 싶은 굿즈가 한가득일 것 같은 곳이다.


어제만 해도 절대 독립서점 주인은 못하겠다 했지만 이 글을 쓰다 보니 또 나만의 독립서점을 운영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책방 이름은 뭘로 하고, 어떤 느낌으로 꾸밀지 상상해 보는 기분 좋은 아침이다. 숙소로 남해 두모마을에 있는 팜프라촌이라는 곳을 왔는데 여기 있는 당산나무 5그루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이 글 발행 후 마을을 산책하면서 '독립서점 주인 하게 해 주세요.'라고 소원을 빌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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