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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생물 선생님 Sep 01. 2024

아무튼 바다

episode 4

나는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부산의 해운대구에서 살았다. 초, 중, 고 모두 해운대구에 있는 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학창 시절 소풍을 해운대로 간 적이 많았고, 교사를 하고 난 뒤에도 소풍 장소가 바닷가였던 적이 많다. 커버 사진은 봄이면 내가 좋아하는 수선화가 예쁘게 피는 오륙도가 보이는 바다 풍경이고, 이 사진뿐만 아니라 내 휴대폰에는 부산의 바다 곳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많다.


해운대와 송정
광안리와 기장
송도와 다대포

초록초록 나무를 좋아하는 나는 공원이나 산도 좋아하지만 부산에서 나고 자라서 바다 없는 삶을 생각하기도 어렵다. 차로 조금만 가면 위에 보여드린 바다 어디든 갈 수 있는 곳에 살고 있으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좋아하는 맛의 아이스크림을 골라서 먹듯 여러 바다 중에서 그때그때 보고 싶은 바다를 골라서 갈 수 있다. 각 바다마다 다 다른 느낌이 있기 때문에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고를 수 있어서 좋다. 일단 나에게 가장 친근한 바다 해운대부터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은 송정, 광안대교 뷰가 예쁜 요즘 핫한 광안리, 가보고 싶은 카페들이 많은 기장, 조개구이와 케이블카가 있는 송도, 김해공항 근처에 있어 지나가는 비행기와 함께 일몰을 즐기기 좋은 다대포까지...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나무를 보고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위로를 받는다. 아름드리나무를 볼 때도 행복하지만 탁 트인 파란 바다를 보고 있으면 뭔가 마음이 시원한, 후련해지는 느낌이 든다. 여름이 되면 타 지역 사람들이 바닷가로 휴가를 오기 때문에 내가 사는 곳 주변은 차가 막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면 '아... 나 관광지에 살고 있지?'하고 생각하게 된다. 현지인인 내가 느끼는 부산의 바다와 외지인인 부산에 놀러 오는 사람들이 느끼는 부산의 바다는 또 다르겠지? 아무튼 나에게 바다는 어릴 때는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하게 해 준 소중한 장소이고, 이제는 마음이 답답할 때 찾아가는 고마운 곳이다.


나는 어렸을 때 해운대 달맞이에 살았는데 아주 어린 시절이라 내 기억엔 없지만 엄마 손을 잡고 해운대 바다로 걸어가고 있는 내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의 해운대는 고층 건물이 많아 이런 느낌은 찾아볼 수 없지만 해운대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항상 내 곁에 있다. 오늘은 엄마와 마트에 함께 가기로 했는데 마트를 가기 전에 해운대 달맞이 드라이브를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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