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
커버 사진은 몇 년 전에 이탈리아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내가 고등학교로 신규발령을 받았을 때만 해도 방학 때 80~120시간의 일제형 보충 수업이 있을 때라 방학마다 보충 수업을 해야 해서 해외여행은 가기 힘들었는데 담임을 안 하고, 3학년 수업을 많이 해서 겨울방학 방과 후 수업이 없던 때 내 생애 첫 해외여행을 엄마와 함께 하게 되었다. 14일간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체코를 둘러보고 오는 일정.
그로부터 3년 후 그 해 겨울방학 방과 후 수업이 없을 것을 예상한 나는 엄마와 함께 또 한 번의 해외여행을 추진하는데... 26일간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둘러보는 남미 여행. 마추픽추를 봤을 때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내 생일을 맞이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가까운 곳으로 짧게 여행 가는 건 조금 더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갈 수 있다면 조금 먼 곳으로 오랜 기간 머무르는 해외여행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올해 겨울방학이 6주 이상 진행될 예정이므로 코로나 기간에 만료된 여권을 다시 만들어야지 생각하면서 가고 싶은 나라를 검색해보곤 한다.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국내 여행을 많이 했는데 몇 년 전에 갔던 강릉도 너무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동해의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내가 살고 있는 부산의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맛있는 음식도 기억에 남고, 하슬라 아트월드도 좋았던 기억.
부산에도 좋은 곳은 많다. 아직도 부산하면 해운대만 떠올릴 분들을 위해 한 곳만 소개하면 언젠가부터 부산의 일몰 명소로 유명해진 다대포, 나도 다대포에서 우유니에서 못 찍었던 반영샷을 찍을 수 있었다. 다대포 근처에는 김해국제공항이 있어 비행기가 지나가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으므로 예쁜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다.
올해가 아직 5개월 정도 남았지만 현재까지 내가 올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을 고르라면 올해 2월에 덕유산 향적봉에 상고대를 보러 간 일이다. 그때 수술을 해야 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고, 빈혈에 시달리던 저질 체력의 나는 같이 갔던 분들을 도움을 받아 정상까지 무사히 갔다 올 수 있었다.
다음 주 주말은 2학기 개학 3주가 지난 시점으로 지쳐있을 나를 위해 부모님 고향인 남해로 힐링 여행을 하고 올 계획이다. 상주 은모래 비치는 많이 가봤는데 아래 풍경을 볼 수 있는 언덕에는 가보지 못해서 꼭 가볼 예정이고, 여행을 가서 그 지역의 독립서점에 가보는 걸 좋아하는 나는 아마도 책방이라는 독립서점에서 3시간 동안의 책방지기 체험을 하려고 예약을 했다. 그리고 청년들이 운영하는 남해 두모마을의 팜프라촌에 숙박을 하면서 그 마을을 산책하거나 당산나무 아래 그늘에 앉아 책을 읽을 생각에 이번주 일주일은 2단원 진도를 나가고, 효모의 알코올 발효 수행평가 실험을 진행해야 해서 피곤하겠지 생각하다가도 참 적절한 시기에 힐링 여행을 계획했구나 하고 나 자신을 칭찬해 본다.
내가 좋아하는 풍경을 보고, 가고 싶었던 장소에 가는 여행은 그 자체로 나에게 힐링이 되기도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나서 내가 일상에서의 여행을 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실제 여행을 가는 날보다 일상을 살아가는 날이 훨씬 많은데 일상을 여행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잘 보내는 일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 어떤 사람은 자기가 다른 나라 사람인데 한국이 좋아서 현재 212박 213일째 여행을 하고 있다고 표현한 걸 본 적이 있다는ㅋㅋㅋ 어제도 선생님들이 나에게 "샘은 참 에너지가 많아."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일상을 살아가며 에너지를 얻기 위해 스케줄러 곳곳에 내가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일들을 계획한다. 여행도 그중 하나이다. 남해 여행을 기대하며 이번주 일주일, 일상에서의 여행도 잘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