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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생물 선생님 Aug 11. 2024

아무튼 나무

episode 1

브런치에 글을 적게 되면서 어떤 단어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는 일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아무튼 행복이라는 브런치북을 연재하려고 마음먹고 난 뒤에도 행복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행복 : 복된 좋은 운수,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일상생활에서 혹은 어디로 떠났을 때 나에게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게 해서 흐뭇하게 해주는 1순위는 어디든 존재하는 나무다. 커버 사진은 우리 집 아파트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계수나무로 추정되는 나무인데 생명과학을 가르치는 교사지만 딱 보고 나무 이름을 아는 나무는 그렇게 많지 않다. 생물교육과 교육과정에 나무 이름 가르쳐주는 과목은 없다. 이 나무가 내 눈에 들어온 건 나뭇잎 모양이 하트 모양이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출근길에 만난 나무가 나에게 하트를 날리고 있었다.

나는 생물교육과로의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나무를 좋아하진 않았다. 뭐 싫어하지도 않았고, 나무를 봐도 아무 생각 없는 아이였겠지. 하지만 이제는 누가 나에게 어떤 걸 가장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바로 떠오르는 리스트 안에 "초록초록 나무"는 꼭 들어간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힘들고, 우울한 날 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가만히 있다가 위로를 받은 느낌. 힘들 때 주변 사람들에게 받는 위로도 좋지만 말없는 나무가 날 위로해 준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나보다 오랜 세월 한 자리에 서서 세월을 견뎌낸 나무가 나를 토닥토닥해주는 느낌, 그리고 봄, 여름의 싱그러운 초록초록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뭔가 기분이 좋아진다.


내 휴대폰 사진첩에 있는, 내가 찍은,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을 소개해본다.

1. 올림픽 공원의 나홀로 나무(그림자 모양이 하트라 더 마음에 드는 나무) 2. 용두산 공원의 내 최애 은행나무
3. 박태준 기념관 정원에 있는 마주보고 있는 나무
4. 경주 첨성대 근처에서 만난 나무
5. 서산 해미읍성 안에 있는 나무
6. 화명생태공원, 대저생태공원에서 만난 나무
7. 절에서 만난 내가 본 목련나무 중에 제일 크고 예쁜 나무

사진을 쭉 보면 알아채셨을 텐데 정생물의 시그니처 나무 사진 ㅋㅋㅋ 어디 갔을 때 내 마음에 쏙 드는 나무를 찾으면 나무 아래 또는 근처에 꼭 가서 그 나무와 나를 함께 찍어달라고 같이 간 분들께 부탁한다. 주로 뒷모습을 함께 담는 이유는 앞모습은 눈을 감거나 하는 등의 표정이 제대로 안 나오면 그 사진 전체가 마음에 안 들 때가 많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뒷모습은 실패가 없다. 그리고 뒷모습에서는 보이지 않는 그때 좋아하는 나무를 보고 미소 지었던 나를 상상하는 것도 좋다.

나는 어디를 걷거나 출퇴근 길 운전 중에 빨간 불로 정차하게 되면 ‘어디 좋은 나무 없나?‘ 하면서 두리번두리번 거린다. 아마도 7년 전에 겪은 큰 사건 이후 생긴 버릇 같은데 일상생활 중에 내가 가는 곳 어디든 존재하는 나무를 바라보며 힐링하는 몇 초 혹은 몇 분의 시간은 놓칠 수 없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시간이다.


오늘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있다면 정생물처럼 어디 좋은 나무 없는지 한 번 두리번거려 보시길 바랍니다. 자주 다니는 길에 묵묵히 서서 우리의 일상을 계속 지켜보는 나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나무 덕분에 행복한 기분, 같이 느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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