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과거와 미래와 현재
앞에서 두바이 프레임에 대해 소개했다. 두바이의 현재 모습과 과거 모습을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이 두바이 프레임이다. 하지만 우리 일정에 이곳을 방문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과감히 제외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두바이의 모습을 보는 것을 포기했다는 것은 아니다. 우린 두바이의 미래를 보여주는 미래 박물관을 방문했고 인사동과 같은 동네인 바스타키아에서 과거를 살펴봤다. 그리고 두바이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던 거리와 마트에 가서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먼저 두바이 미래 박물관은 사실 밥을 먹으러 간 것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두바이에 거주하고 있는 승무원의 영상을 봤는데, 한국에서 여행 온 친구들을 위해 미래 박물관에 있는 레스토랑을 방문하고 있었다.
유럽 여행을 갔을 때 박물관에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싼 가격에 맛도 좋아서 일부러 찾아간 적이 있다. 그 기억이 너무 좋았는데, 두바이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에서도 박물관 안에 있는 레스토랑을 보니 새로웠고 심지어 그 레스토랑이 너무 좋아 보였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이 박물관에 밥을 먹으러 가게 된다.
도넛처럼 보이기도 하고 대형 외계 우주선처럼 보이기도 한 미래 박물관에 우버를 타고 도착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도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본 이 건축물은 정말 독특하다. 건축가와 시공사의 충돌이 무조건 있었을 거 같은 이 건축물은 의뢰인의 넘치는 자본 아래 아름답고 안전하게 지어졌다.
박물관 내부도 외부와 뒤처지지 않게 미래 지향적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캡슐형 모양의 엘리베이터는 영화 '맨 인 블랙'에서 주인공이 처음 본부에 들어갈 때의 설렘이 느껴지는 모양과 닮았고, 내부를 날아다니는 고래는...응? 고래 로봇이 하늘을 날아다닌다.
또 공학자의 머리가 꿈틀거린다. 저 고래 로봇은 어떻게 날아다니는가? 드론처럼 제작되었나? 아니다. 드론과 같은 방법으로 제작되었다면 고속의 프로펠러가 도는 소음이 있어야 하는데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그럼 쟤는 어떤 방법으로 떠있을까? 내 생각엔 헬륨가스 같이 밀도가 낮은 기체를 내부에 채웠을 거 같다. 그리고 방향과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프로펠러를 조금씩만 동작시킨 거처럼 보였다. 어쨌든 우리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고래의 비행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박물관은 입장은 티켓 예매를 사전에 안 해서 포기하려 했는데 저 고래 때문에 내부 전시가 정말 궁금했다. 그래도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을 위해 레스토랑을 찾아본다. 그런데 도저히 레스토랑이 안 보인다. 대신 카페테리아가 있었는데 이 카페테리아의 감성이 사진가의 마음을 붙잡았다.
인포메이션에 물어보니 레스토랑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최신 정보가 업데이트 안 된 채 찾아온 게 문제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기념품 숍도 구경하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기념품 숍에는 정말 데려오고 싶은 게 많았는데 하나씩 둘러보다 발견한 종이 새 한 마리를 구입했다. 이 종이 새는 우리의 신혼집에 매달려 있다. 다음에 또 두바이에 오게 되면 이 미래 박물관도 미리 예약하고 내부를 보고 싶다.
결국 우리는 미래 박물관 근처에 있는 포케 집을 찾아 식사를 했다. 그리고 결혼을 축하해 준 친구들과 동료들을 위한 선물을 사기 위해서 까르푸에 가기로 했다.
열기를 뚫고 도착한 까르푸에서 양손 가득 쇼핑을 했다. 양가 부모님과 우리가 먹을 로열 젤리도 사고 친구들에게 줄 초콜릿도 샀다. 그리고 잠깐 걸었다고 수분 부족을 느낀 우리는 포카리스웨터를 사서 원샷을 했다. 몸에 이온이 퍼지는 것을 느끼며 또 한 번 생각했다. 참 위험한 기후다.
잠시 호텔에 들려 무거운 양손을 비우고 다시 나왔다. 비스타키아에 가기 위함이었다. 바스타키아도 유튜브 영상을 보고 관심이 생긴 곳이다. 영상 속 바스타키아는 과거 모습이 보존된 마을로 이곳에는 양탄자나 향로 같은 중동 느낌이 물씬 나는 제품들을 많이 판매하고 있었다.
우버를 타고 두바이 프레임을 지나 도착한 바스타키아. 과거 마을이 형성됐던 곳이라 그런지 강이 옆으로 흐르고 있었다. 사진을 사랑하는 우리 부부는 각자 카메라를 들고 이 마을을 천천히 구경했다.
뜨거운 날씨는 현지 사람에게도 힘든지 바스타키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이국적이고 이쁜 모습에 우리 부부는 빠져들었다.
한 번씩 건물 내부를 들어가 봤는데 어떤 건물은 에어컨이 너무 시원하게 틀어져 있어서 땀을 식힐 수 있었고, 작은 무료 전시가 열리는 곳엔 색을 잘 사용한 도자기나 사막 그림들이 있었다.
바스타키아를 한 바퀴 돌고 우리가 들어간 곳은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아라비안 티 하우스'이다. 이곳 역시 에어컨이 빵빵했고 하트 모양의 난은 우리의 신혼여행을 반겨줬다. 여러 맛이 있는 아이스크림은 어떤 맛을 고를지 선택 장애를 유발했는데, 새콤한 레몬맛이 우리 입맛에 찰떡이었다. 그런데 정말 두바이 커피는 맛이 없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바스타키아에서 지하철 'Sharf DG'역으로 쭉 내려오면 있는 거리와 마트이다. 흰색 옷과 여러 명의 부인을 데리고 다니는 두바이몰 속 남자와 달리, 이 거리엔 미용실이나 가게를 지키는 평범한 (그리고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 보였다. 잘 모르지만 이 도시에도 빈부격차가 있나 보다.
우리는 지하철을 타기 전 역 앞에 있는 대형마트를 들어가 마지막 쇼핑을 했다. 한국의 홈플러스나 세이브존 같은 느낌이 나는 마트였다. 그리고 동양에서 온 피부가 하얀 남녀가 신기했는지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기저기서 느껴졌다.
마트 안에는 저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향식료와 양념 고기, 빵 같은 음식을 고르고 있었다. 우린 이곳에서도 양가 부모님께 드릴 데이츠를 샀고 처남에게 선물할 샴푸와 나와 리브의 피부를 위한 화장품을 구매했다.
두바이를 방문한다면 이런 마트도 한번 가서 구경하는 걸 추천해 보며 이렇게 두바이 여행을 마쳐본다.
다음엔 드디어 본편인, 모리셔스 여행기가 시작된다.
미래.
나한테 공간이 정말 중요하잖아? 두바이 과거의 건축물은 지금 봤을 때 힙해 보이지만 살고 싶은 공간은 아니야.
석유가 발견되기 전 과거엔 이 도시에 사는 건 어려웠을 거 같아.
현재도 좋긴 한데, 우리가 미래 박물관에서 본 그 건축물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
그런 새로운 시도가 더 많아진 두바이의 미래 공간을 체험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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