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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시선 jungsee Jul 22. 2024

우리 여기 오길 잘한 걸까?

모리셔스에 도착했다. 하지만 겁이 난다.

드디어 도착한 모리셔스, Mauritius, 19th Jul, 2024 @on.time_jingsee




두바이에서 탄 비행기는 약 6시간 30분을 날아 모리셔스에 도착했다. 드디어 본격적인 우리의 허니문 시작이다. 오후 5시쯤 모리셔스 ‘시우 사구르 람룰랑경 국제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짐을 찾고, 모리셔스 루피로 돈을 환전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 오후 6시가 되었고 깜깜한 밤이 되었다. (남반구에 위치한 모리셔스는 우리가 방문한 7월엔 겨울이라 해가 빨리 진다.)


아직 렌터카를 찾지 못했는데 해가 지다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리고 내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공항 안과 밖에 서있는 택시 운전사들과 렌터카 업체 사람들이다. 방금 막 현금 다발을 환전했고 지금 내 시야에 들어오는 동아시아계 사람은 나와 리브뿐이다. 까만 피부와 큰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이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라는 질문에 “모리셔스에 갑니다.”라고 답하면 항상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거긴 어디니?”


허니문의 성지인 모리셔스에 대해 쭉 설명하고 나면 뒤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안전한 나라는 맞니?”


장모님께서도 물으셨고 우리 엄마도 물은 질문이다. 심지어 우리 엄마는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나라라는 말만 듣고 가지 말라고 하셨다.



그렇다, 이 나라는 정말 안전할까?



신혼여행지를 고르는 과정에서 모리셔스는 안전한 나라라는 것을 확인하고 비행기 표를 예매했었다. 조사한 바로는 모리셔스의 민주주의 지수는 프랑스나 미국보다 높고 여행하기엔 매우 안전한 나라라는 것이었다. (2021년 기준 민주주의 지수: 한국 16위, 모리셔스 19위, 프랑스 22위, 미국 26위)


하지만 공항을 방황하던 내 머릿속엔 저들이 정말 안전한 지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다.


 “어느 나라나 택시 기사들은 위험하다. 저 악독한 사람들에게 붙잡히면 절대 안 된다! 이미 우린 렌터카를 예약했다. 택시는 철저하게 무시해야 한다!”




공항 안팎을 돌아다니며 우리의 렌터카 회사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방황이 길어지니 리브의 표정도 점점 어두워졌다. 그러다 한 청년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Taxi or Rent? (택시야 렌터카야?)”

“Rent, Sorry we were already reservation. (렌터카야. 미안해 우린 이미 예약을 했어)”

“OK, what is the name? (괜찮아, 이름이 뭐야?)”


뭐지, 갑자기 이름을 왜 물어봐! 웃음으로 무시하자. 리브를 데리고 한번 더 공항 밖으로 나가본다. 그곳에서도 큰 눈동자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What is the name of your rental car company? (렌터카 회사 이름이 뭐야?)”


아! 렌터카 회사 이름? 예매 내역을 다시 보며 답했다. 그러자 두세 명의 사람이 동시에 주차장 방향을 가리켰다. 그렇다. 이들은 무서운 사람들이 아니라 방황하는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리셔스 사람들을 시작부터 의심한 것에 정말 부끄럽고 미안하다.



그렇게 공항 주차장에서 내가 미리 예약한 회사의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차량을 인도받을 때 리브가 꼼꼼히 하자를 체크했다.


꼼꼼히 차를 검사하고 트렁크에 캐리어를 집어넣었다. 자동차 계기판엔 주행거리가 40만 km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래, 운전 조심해야겠다.



헤드 라이트를 어떻게 켜야 하는지 모르겠고, 길은 어둡고, 우핸들 운전은 익숙하지 않다. 그렇게 처음 10분의 운전이 1시간의 운전처럼 느껴졌다. 굼벵이처럼 이동하는 내 차 뒤로 자동차들이 서있는 모습이 사이드 미러로 보였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고속도로를 제외한 모리셔스의 모든 도로는 왕복 이차선 즉, 편도 일차선이다. 내가 늦게 가면 이 도로는 교통 체증이 생긴다. 식은땀이 났지만 그래도 다행인 점은 나를 재촉하는 차는 없었다. 착한 운전자가 많은 나라다.




간사한 나의 감각은 10분이 지나자 금방 이 차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어두운 도로는 우리 둘 다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고속도로를 달려, 아니 달리진 못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운전을 하여 첫 번째 리조트인 “선라이즈 애티튜드”에 도착했다.


(가로등이 거의 없는 모리셔스의 밤운전은 정말 무섭고 어려웠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앞서 기록한 06화를 참고하길 바란다.)






리조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밖으로 나왔다. 조금은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하늘을 봤는데... 와! 별이 너무 많이 떠있었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별이 하늘에 떠있는 것을 보며, 모리셔스에 있는 동안 밤하늘을 쳐다볼 날이 있길 바랐다.


친절하고 외향적인 직원들, Mauritius, 19th Jul, 2024 @on.time_jingsee


체크인을 하고 나서 보니 오후 8시가 되어 있었다. 저녁 뷔페가 9시까지니까 빨리 짐 정리를 하고 나가야겠다. 밤이라 어둡지만 처음 안내해 준 길을 기억하며 식당으로 갔다. 식당엔 이미 음식이 다 정리되고 있을 만큼 늦은 시간이었지만 직원들은 우리를 아주 반갑게 맞이해 줬다. 그리고 같이 사진을 찍자면서 모여들었다. 여기엔 외향 인간만 취업할 수 있나 보다.


한 웨이터 직원은 더 나아가 자신을 소개했고 혹시 모리셔스 가정식을 먹고 싶으면 자기의 집으로 초대하겠다고 했다. 그 당시 우리는 아직 의심이 가득 차 있는 상태여서 초대를 거절을 했는데, 직원은 괜찮다며 오히려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제안이 우리에게 부담이 됐다면 미안하다고 말이다.


역시 이 나라 사람들은 참 친절하다.




이렇게 모리셔스의 첫날은, 긴장과 의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곧 우리는 친절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풀었고 정말 릴렉싱 하고 행복한 신혼여행을 즐기게 된다.


다음엔 모리셔스의 수도, 포트루이스를 소개하겠다.


밤이 되면 어느 리조트든 공연이 시작된다., Mauritius, 19th Jul, 2024 @on.time_jingsee




(인터뷰) 모리셔스에 도착한 첫날 밤! 리브는 어땠어?


너무 어두운 밤에 도착을 해서 빨리 아침이 오길 바랐어.

리조트 입구가 특이했잖아? 그래서 밝을 때 리조트 구경을 하고 싶었어!


리브의 호기심을 자극한 리조트 입구 조각상, 리브가 직접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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