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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세흔 Aug 21. 2022

황정민의 FM대행진에서 생일축하를

결혼 10주년에 근무지로 꽃바구니와 케이크, 축하 카드가 배송되었습니다.


2001년은 제가 결혼한 지 1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물론 결혼 10주년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기도 했지만, 그 해 생일에는  더 특별한 선물을 받았기에 더욱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학교의 교무실로 꽃바구니와 생일 축하 케이크가 배달되었거든요. 교무실에 계시던 선생님들의 환호성을 2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당연히 남편이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뜻밖에 그 당시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던 황정민 아나운서였습니다. 덕분에 제 생일 축하 노래는 방송을 통해서 전국으로 퍼져나갔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의 내막은 바로 확인되었습니다. 남편이 방송국의 [매일매일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에 제 생일을 축하해 달라고 글을 올렸고(그것도 올린 지 하루가 지나서 게시글이 뒤로 밀리니까, 다시 한번 더 올렸더라고요), 그 사연이 당첨되어 방송국에서 케이크와 꽃바구니와 축하 카드를 남편을 대신하여 보내준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제가 물었죠. 남편에게 방송국에서 꽃과 케이크가 왔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말이죠. 남편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하더라고요. "응, 내가 황정민을 좀 아는 사이인데, 당신 생일 축하한다고 방송에서 한번 이야기해 달라고 했어." 물론 그 말이 거짓임을 알아챘어야 했는데, 저는 순진하게 믿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집에 와서야 전말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녹음해서 들려준 방송에서 황정민 아나운서가 제 생일을 축하한다고 하는 멘트와 생일 축하 노래를 듣고서야 말이죠. 다음은 방송국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애청자가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나... 역시 황정민


어휴! 정말 사연들이 많이 올라오는군요.

저도 방송은 꼭 듣지만 사연은 안 올렸었는데.....

하루 전에 올린 글도 너무나 뒤에 있으니까, 혹시 못 보실까 봐 다시 한번 올립니다.

아래에 있는 글은 제가 어제 올린 글인데...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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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은 사랑하는 아내의 42번째 생일이며, 올해는 결혼한 지 10년째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 변변히 생일선물이나 축하도 못 해주며 지냈는데, 이번에는 축하도 해주고 결혼기념일에는 

둘만이 여행도 다녀오려고 합니다. 황정민의 FM대행진에서 꽃바구니를 보내주실 수 있는지요?

정말 좋아할 겁니다. 제가 출근하면서 황정민의 FM대행진만 듣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꽃바구니를 보내주실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받는 사람 : OOO 선생님

               경기도 OO시 OO고등학교

               만일 수업 중이면 교실로 보내주셔도 됩니다. 

               학생들이 엄청 부러워하겠죠?

보내는 사람: OOO


대문 사진으로 올린 게시판 출력물은 딸이 20년동안 간직하고 있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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