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즐기기 시작했던 핸드폰 게임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림에 색칠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그 게임이라는 것이 그림이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칸이 나뉘어 있고, 그 칸마다 번호가 적혀 있는데, 화면 아래의 팔레트에서 맞는 번호의 색을 선택하여 각각의 조각에 클릭하면 그림의 색이 입혀지는 게임이다.
요즘은 색칠 놀이를 하고 있지만, 이것도 아마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그만둘 것 같기는 하다. 지금은 완성된 그림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아직 그만두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느긋하다는 생각을 하는 찰나에 남편이 뭔가 생산성이 있는 일에 취미를 들여 보라고 옆에서 자꾸 등을 떠밀었다. 하긴 나 자신도 언제까지 이렇게 시간을 보내며 살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다면 무슨 일거리나 취미거리를 찾아야 하는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 시간을 마음껏 보내 보았으니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찾아야 하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을 보니까, 이제는 색칠 게임을 접을 때가 된 것도 같았다. 그래서 노트북을 열고 예전에 한 번 경험했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학습 프로그램을 검색해 보았고,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골라서 그 자리에서 신청해 버렸다. 이런 것은 마음이 바뀌기 전에 일을 저질러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선택한 프로그램은 약초에 대해서 알아보는 수업이다. 역시 수업은 대면 수업을 해야 한다는 나의 지론에 따라서, 강의실과 현장에서 얼굴을 보면서 진행하는 수업 중에서 고른 수업이었다. 이 수업을 들으려면 집에서 멀지 않은 대학교로 일주일에 두 번씩 가야 한다. 물론 신청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나중에 선정이 되어야 수강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아무튼 기다려 보기로 했다.
이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연습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내가 일어나고 싶을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 않고 보냈지만, 앞으로는 조금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생활을 만들어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나의 생각대로 수강이 결정된다면 아마도 퇴직 후에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규칙적인 생활이 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직장생활을 할 때와는 다르게 나의 시간을 온전하게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나도 조금씩 바쁜 생활을 만들어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약초 공부를 하러 다니게 되면, 수강한 내용도 브런치에 공유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