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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세흔 Aug 29. 2022

나도 딸이 있어!

세상에 딸들이여!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여!

나는 첫째 아들, 둘째 딸을 가진 두 아이의 엄마이다.

첫째를 낳고 둘째는 같은 성을 낳기를 은근히 기대했는데 딸이어서 좀 아쉬웠었다.


나는 여자가 결혼을 하면 시집을 가는 거라는 얘기처럼 결혼하면서 시집에 들어가 살게 되는 결혼을 하게 되었고, 어쩌다 친정에 갔다 오는 날이면 오는 차 안에서 왜 그리 울었는지...

처음 만나 두 달 반 만에 뭘 알고 남자를 따라 시집에 들어와 사는 것을 선택했는지 지금도 신기하다.


나는 아기를 낳는 것이나 시집을 가는 일을 물려주는 게 싫어서, 둘째도 아들을 낳기를 더 원했다.

나는 딸의 잘못도 아닌데 딸을 낳고서 정을 첫째만큼 주지 않았던 같다. 물론 그때는 나는 정을 똑같이 줬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닌 거였었다.




딸이 6살 때 나는 1박 2일로 속초 엑스포에 갈 시간이 생겨서 딸과의 첫 여행을 하게 됐는데, 지금도 딸의 기억에는 너무너무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딸과 나는 고속버스에 십여 명 정도 타고 속초로 갔고 우선 모텔을 잡아야 하는데 딸의 의견을 따라 궁전처럼 생긴 모텔에 숙박을 정했다.

그때 사장님 시선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젊은 여자가 여자애 하나들 데리고 숙박을 하니 평범하진 않았으리라...


우린 얼른 짐을 풀고 속초 시내로 가서 엑스포 구경을 했다. 바닥에 있는 피아노에서 딸이 뛰면 피아노 소리가 나니까 너무 좋아하고 상점에 가서 예쁜 병아리 장난감을 샀다.(딸은 지금까지 갖고 있다. 엄마와의 첫 여행에서 산 인형이라면서...)

걸어서 모텔로 오는 동안 우린 '어깨동무 새 동무 미나리밭에 앉았다.'라는 동요를 부르며 계속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면서 걸었고, 바닷가까지 걷는데 결국은 딸을 업고 모텔로 돌아왔다.

방에 오니 침대 머리맡에 님 등이 있었는데 둘 다 처음 밖에서 자는 거라 님 등을 켜고 긴장을 하면서 잤다.




딸이 "엄마 다음에는 아빠랑 오빠랑 같이 오자."라는 말을 하길래 나는 그러자 그러면서 둘이 꼭 껴안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까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은 것을 안 딸이 "엄마 다음에도 엄마랑 와도 되겠다." 하면서 안도의 웃음을 보인 일이 생각이 난다.


다음날 우린 바닷가도 가고 조각 작품 구경도 하며 재미있게 놀다가 서울로 올라오려는데 버스의 자리가 한 좌석밖에 없다는 기사 아저씨 말에 결국 딸을 앉고 타야만 하게 됐는데, 이 일은 두고두고 너무 잘된 일이 됐다.


딸은 놀고 난 뒤니까 엄마 품에 안겨있으니 뭘 하겠는가? 바로 곯아떨어졌고, 6살의 아이는 정말 무거웠다. 그러나 엄마는 강하니 꼭 끌어안아 앉고 터미널에 무사히 도착을 했다. 5시간 정도 엄마와 붙어서 자고 난 딸과 나는 여행 후 변화가 생겼다. 딸은 나에게 장난도 치고 어려워하던 내게 다가왔고, 나는 내게 딸이 있음을 가슴 벅차게 느낀 여행이었다.

'나에게는 딸이 있어!' 라면서 지금까지 살고 있고, 딸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쿵 한다.


그 후 학생과 부모의 상담에서 엄마와 딸 사이를 고민하는 학생이나 엄마에게 나의 경험을 빌어 1박 2일 아님 하루, 반나절이라도 여행을 가보길 권하는 교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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