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가 네 딸이었니? 그러고 보니 널 닮았구나? 하하하.
사립학교에 근무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경우를 가끔 보게 됩니다. 한 번은 수업시간에 수업 태도가 불량한 한 여학생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가서 내일 아버님께 학교에 좀 들러 달라고 말씀드리거라. 네가 학교에서 이렇게 선생님 말을 잘 듣지 않는 줄은 아버님도 아시니?"
저는 그 학생의 아버지께 도움을 요청해서 학생의 학교 생활이 불성실한 부분을 바로잡아 보려고 한 것이고, 학생에게는 나름대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그런 결정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풀이 죽어서 교무실을 나갔습니다.
다음날 그 학생이 아버지를 모시고 교무실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그 학생의 아버지는 제 얼굴을 보자마자 제 앞으로 와서 넙죽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어? 그래 네게 ㅇㅇ이 아빠였니? ㅇㅇ이가 네 딸이었어? 어머 얘, 선생님이 미처 몰랐구나."
ㅇㅇ이의 아버지는 제가 어림잡아 삼십여 년 전에 가르쳤던 학생이었습니다. 사립 학교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죠. ㅇㅇ이 아버지도 사실 학생 시절에는 그렇게 조용하고 얌전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일 관계로 ㅇㅇ이에게 조금 소홀했더니 저렇게 버릇없이 키웠네요. 죄송합니다. 야!!! 이리로 와서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앞으로는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한다. 아빠도 예전에 선생님 말을 잘 안 들었는데, 너까지 그러면 되겠니? 얼른 잘못했다고 말씀드려."
아버지와 선생님의 대화를 듣고 있던 ㅇㅇ이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가르치던 선생님께 자신도 배우고 있다는 사실에 제대로 놀랐습니다. 아버지도 꼼짝 못 하는 선생님 말씀을 자기가 우습게 들었던 것에 대해서 은근히 죄송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주의할게요. 죄송합니다."
아이는 눈치 빠르게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저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저도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 그 부녀를 돌려보냈습니다. 그 부녀는 아마도 집에 가면 어떤 이야기든지 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긴 하겠지요? 한 학교에서 오랜 기간 교사로 재직하다 보니까 재미있는 경우를 경험하게 되는군요. 이 이야기도 이제는 오래 전의 에피소드로 제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