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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세흔 Aug 10. 2022

두 달 반 만에 결혼했습니다.

중매쟁이는 제가 담임을 맡고 있던 반의 학생이었습니다.

저는 서른셋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결혼했습니다. 물론 요즘은 더 늦게 결혼하거나 아예 비혼 주의자도 많지만, 제가 결혼한 삼십여 년 전에는 서른셋이면 빠른 나이가 아니었거든요. 어쨌든 저는 지금의 남편과 소개로 만나서 두 달 반이라는 짧은 연애기간을 거치고 곧바로 결혼해서 올해가 결혼 31주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잠시 저의 결혼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저는 그 당시 3학년 학생의 담임을 맡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수업시간에 한 여학생(후일 이 여학생은 저의 사촌 시누이가 됩니다)이 손을 번쩍 들더니 뜬금없는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 저희 사촌오빠가 한 명 있는데 한 번 만나보시지 않으시겠어요?"

이렇게 학생의 소개팅 제안에 남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 학생과 남편이 나이 차이도 있고 해서 마치 학부형 면담이라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남편과 저는 이내 편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대학교 학번도 같고, 나이도 같고 하다 보니까 서로 공감대도 제법 있었습니다. 




제가 살던 곳과 남편이 살던 곳은 서울 시청을 중심으로 정확히 대각선 방향의 끝 지점이었기 때문에 항상 만나면 종로 3가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남편은 헤어질 시간이면 저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집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항상 12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결혼 이야기도 오가게 되었고, 계속 저를 바래다주고 집에 가야 했던 남편은 하루라도 빨리 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그냥 보름 후로 결혼 날짜를 잡아 버렸습니다. 물론 양가 부모들의 상견례도 미처 하기 전이었습니다. 




그렇게 결혼식 날을 먼저 잡고 나서 상견례 자리도 마련하였습니다. 결혼을 준비할 기간은 보름밖에 없었지만, 특별히 시간이 필요한 절차는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예식장을 예약했습니다. 물론 월요일, 평일로 계약을 했죠. 평일이라 예식은 하루에 저희 한 팀밖에 없어서 아주 여유로웠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지도교수님께 주례를 부탁하러 갔습니다. 평일이라서 힘들다고 하시는 교수님께 간곡히 부탁드려서 결국 수업도 휴강하고 주례를 보아주시기로 하였습니다. 




예식장과 주례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까 사실 큰 일은 다 결정된 셈이더군요. 남들처럼 야외 촬영도 하고 신혼여행 예약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남편과 두 달 반이라는 기간에 초 특급으로 결혼하였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있었던 이야기와 신혼여행지에서 있었던 이야기는 다음에 또 올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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