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없으면서 왜 인도에 가니?

by 최정식

1999년 선교 단체의 프로그램으로 인도에 처음 발을 디딘 이후로 2011년 인도에 정착하기 이전까지 10여 년 동안 20회 이상 인도를 여행한 터라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보낸 시간보다 인도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다. 그 사이에 인도행 비행기를 타는 횟수를 세 지 않은 지 꽤 됐다. 이후 인도에서 10년을 사는 동안은 한국에 다녀온 횟수를 셌다. 하지만 점심 한 끼 사 먹을 돈도 없던 시절에 인도를 다녔던 것을 회상하면 지금의 나로서도 대단한 일이라 싶다. 나는 등록금도 없던 대학교 4학년에도, 결혼 자금이 없어 결혼이 늦춰지던 신학대학원 시절에도 인도로 가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너는 돈도 없으면서 인도는 왜 그렇게 다니냐?"


이 말은 친 형님 같은 신대원 동기 형님이 나를 꾸중하며 던진 말이다. 지금이야 우스갯소리처럼 이야기하지만 이 말을 들을 때는 마음이 몹시나 아팠었다. 내가 신대원 3학년이고 지금의 아내가 2학년일 때, 우리는 이미 서로 결혼을 약속한 지 1년의 시간이 흘렀었다. 문제는 신혼집을 얻을 만한 돈이 단 한 푼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양가 모두 가난하기도 했고, 우리 둘 다 학생이었으니 돈 없는 것은 당연했다. 결혼이 지체되는 동안 지금의 아내는 이전보다 부쩍 말라서 보는 사람마다 너무 말랐다고 말하곤 했다. 당시 우리 커플이 듣기 싫었던 말은 "언제 결혼하냐?"는 것과 "너무 말랐다!" 것이었을 정도다. 그 형님 또한 진심으로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터라 옆에서 보기에 안쓰러웠는지 어느 날 나를 불러 좀 더 현실적이라고 조언을 했다. 사역자에게 사택을 제공하는 교회로 사역지를 옮기라는 제안도 했다. 모두가 우리 커플을 위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당시 사역했던 작은 교회도, 기회를 만들어 인도를 가는 것도 포기할 수 없었으니 속이 엄청 상해서 뒤돌아서 엄청 운 기억이 있다.


결혼하기 전에 20여 차례 인도를 다니며 내 수중에 있던 돈으로 간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니 내가 인도를 안 간들 돈이 굳거나 모여지는 것이 아니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2000년 12월 나는 내가 과외하던 초등학생 형제 두 명을 포함해 대학교 후배들, 시골교회 후배를 모아 11명의 팀을 만들어 한 달여간 인도를 다녀왔다. 신대원 시절에도 교회의 배려로 두 명을 데리고 인도와 네팔을 잇는 5주의 대장정의 여행도 했다. 교회 사역으로 시간적 여유가 나지 않았을 때, 인도에서 관련 사업을 하고 싶다는 고향 친구와 단 둘이 한 주간 인도 여행을 한 적도 있다. 때로는 단순 여행의 가이드로, 때로는 캠프의 책임자로 그리고 때로는 그저 인도 친구들을 보기 위해 그렇게 인도를 다녔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1993년 하나님께서 인도에 대한 소명을 주신 이후로 인도에 대한 생각이나 마음이 단 한 번도 바뀌거나 식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시절 인도에 가고 싶은 마음은 인도에 10년 동안 살면서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보다 더 했다. 인도에 갈 수만 있다면 밥을 굶어도, 핀잔을 받아도 몸이 녹초가 돼도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돈이 없다는 사실은 내가 인도를 가는 데 결코 장애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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