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4년 차 회사원이다. 나는 직장 생활 8년 차, 그러니까 30대 초반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누구나 하는 고민.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
월급은 마약이다. 내 시간을 회사에 임대하고 받는 마약 같은 돈. 바쁘고 힘들 때도 많지만, 한가할 때도 같은 금액으로 삶을 지탱하게 해 준다. 문제는 이 상태를 얼마 동안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다. 요즘은 쉽지 않다.
남성은 28~30세 사이에 보통 취업을 한다. 35세 전후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40대 초반부터 이직이 어렵고, 40대 중반이 되면 권고사직 압박이 강해진다. 그런데 45세부터 55세까지는 자녀들에게 한창 돈이 들어갈 시기이다. 과거에 일군 것들로 55세부터 80세까지 살아야 한다. 이게 산술적인 흐름이다.
경제적 압박은 필연적이다.
내게 그 시작은 '막연한 불안감'이었다. 성실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회사도 튼튼했으며, 외벌이였지만 아껴서 잘 살고 있었다. 평온했지만 그냥 불안했다. 뭐라도 해야 그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되는 대로 해 보기로 했다. 대학원에 입학했다. 일하며 공부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바쁘게 사느라 불안은 잊혔다.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먼저였다. 그 와중에 여러 차례 이직도 했고, 최근엔 주제넘게 강의도 했다. 그리고 이제는 무작정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 지식 노동자, 콘텐츠 생산자로 활동해보고 싶다.
불안함 때문에 했던 활동들에서 어떤 대단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그저 '뭐라도 하고 있다'라고 자위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개미처럼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막막하다.
그래도 그저 성실하게 시간을 내고 또 글을 써본다. 적어도 지금 뭐라도 하고 있는 나는 어제의 나보다 나아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