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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식PM Sep 12. 2022

현재 진행형, 아이와 스마트폰 전쟁

미증유(未曾有) : 아직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는 것.


아이폰 3GS는 내가 신입사원이던 2009년 말, 국내에 들어왔다. 그전까지 나는 '인터넷이 가능한 모바일 디바이스'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2014년에 태어난 딸은 스마트기기가 공기처럼 당연하다. 그래서 미증유의 갈등이 생겼다.


가정마다 양육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집은 자녀에게 최신 스마트폰을 사주고 게임이든 유튜브든 무제한 허용한다. 반면 우리 집은 사용 시간과 앱을 제한하고 있다. 완전히 차단한 집은 아직 보지 못했다.


이용을 제한하는 우리 집에는 항상 실랑이가 있다. 더 하고 싶은 아이 vs. 못하게 하는 부모, 정말 지긋지긋하다. 아이는 좀 컸다고 나름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학교 친구들은 다 한다, 누구네 아이는 맨날 한다. 그래 봤자 남들 다 하는데 왜 나만 못하게 하느냐 수준이지만ㅋㅋ 공평하지 않은 것은 맞다.


아이만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른들도 게임, 영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의 스마트기기 이용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과거와는 다른 요즘 콘텐츠의 특징이다.


1. 엔딩이 없다.

온라인 시대 이전의 패키지 게임은 엔딩이 있었다. 보통 엔딩을 보면 열정이 식는다. 


2. 광고나 과금 요소가 있다.

게임 자체는 괜찮아도, 중간에 나오는 광고들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경우가 많다. 광고 소재에 필터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현질(과금)을 유도하는 요소도 도처에 있다. 현질의 효율을 알게 되면 무료로 즐기기 답답하다.


3. 네트워크가 가능하다.

채팅을 통해 욕설이나 나쁜 말에 노출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같이 게임을 하면 중독성이 더 강해진다.


4. 너무 많다.

예전에는 몇 개 없는 게임으로 돌려 막다 보니 금방 질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즐길 것이 무궁무진하다. 


5. 항상 손에 있다.

과거 게임은 콘솔이나 컴퓨터를 켜야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들고 다니면서 원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 항상 켜져 있으니 부팅을 기다릴 필요조차 없다. 중독되기 더 쉽다.


내가 자라던 시절 부모님은 게임, TV 이용을 제한한 적이 없다. 하다가 질리면 책도 보고 나가서 놀기도 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요즘은 과거와 다르다.
끝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내로남불이다. 나는 어릴 적에 자유를 즐겼으면서, 내 아이에게는 뻔뻔하게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내 방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나는 위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아이와의 갈등을 감수하면서도 '권력'을 사용하고 있다. 


애도 힘들지만 나도 힘들다. 사실 마음대로 하게 해 주면 서로 편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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