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수 있어야 이해한 것이다.
읽기와 쓰기. 항상 붙어 다니는 단어다. 그러나 생활 속 비중은 다르다.
읽기는 생활 속에 녹아있다. 굳이 책이 아니더라도 뉴스 기사, 영상 자막, 간판과 메뉴, 이정표 등등. 캘리포니아 대학의 로저 본 교수에 따르면, 성인은 하루 평균 10만 단어에 노출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쓰기'는 어떠한가? 작가나 학생들도 읽는 시간에 비하면 훨씬 적을 것이다. 대다수에게 '쓰기'는 특별한 일이 되었다. (카톡 같은 인스턴트 메시지 제외!)
읽기와 쓰기가 크게 다르다는 것은 학부 시절에 알게 되었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내 공부 방법은 '읽기'였다. 시험은 대부분 객관식이어서,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어 같은 방식으로 공부했더니 A를 받기 힘들었다. 몇 차례의 절망 후, 친구에게 "너는 어떻게 공부하냐?"라고 물어보았더니,
나는 통째로 외워.
외워야 할 문장을 외워질 때까지 쓰면서 외우지.
그 당시의 나는 이 말을 깊이 새겨듣지 않았다. 그러나 전역 후 첫 중간고사를 준비하던 어느 날, 그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입대 전 엉망진창 성적을 회복해야 했던 나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무식하게 쓰면서 외우기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장학금을 받은 것이다.
대학교 시험 문제(문과 기준)는 서술형이 많다. 조교가 칠판에 문제를 적어주면, B4 답안지에 빽빽하게 적어 제출한다. 객관식은 선택지 중에 가장 가깝거나 먼 것을 고르면 되지만, 서술형은 그렇지 않다. 온전히 자신의 생각으로 분량을 채워야 한다. 여기서 '쓰기'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읽었다고 이해한 것이 아니다.
쓸 수 있어야 이해한 것이다.
평소 본인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써보면, 빈틈이 엄청 많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쓰면서 책이나 인터넷을 뒤적거리게 된다. '쓰기'는 내 부족함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요즘 글을 쓰기 시작하며, 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 어렴풋하던 생각을 정리해서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더불어 나의 부족한 점을 회고하며 겸손해지려 한다.
읽는 사람은 많고 쓰는 사람은 소수다. 글을 쓰기 전과 후의 나는 분명히 달라졌다. 남의 글을 비판하는 것은 쉬웠다. 그러나 쓰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니 어떤 콘텐츠든 배울 점이 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당당하게 내놓은 사람들이라 존경스럽다.
많이 읽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내 것이 되게 하려면 꼭 '쓰기'를 실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