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맥락이 어쨌든 참 예의 없고 정 떨어지는 말이다. 내가 만약 미혼에 이런 말을 들었다면 좀 불쾌할 것 같다. 아이가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선 긋고 무시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안다. 진짜로 아이를 키워봐야 아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ㅋㅋㅋ 상대방을 무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이것은 그냥... 팩트이다. 그만큼 출산 전 후의 삶엔 큰 차이가 있다.
육아를 시작하면, 내 시간이 사라진다. 공연, 영화, 모임, 여행...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해진다. 오로지 일, 육아로 가득한 삶은 고되고 지친다. 이 시기에는 육아와 함께 어른의 고민(?)도 따라온다. 돈 문제, 양가 식구들의 송사, 어린이집/유치원 대기 오픈런... 과거에는 없던 고민들이다. 일 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다.
아저씨와 아줌마들은 이렇게 자연스레 문명에서 멀어져 간다. 관심사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같은 팀 사람들끼리 영화관에 간 적이 있다. 당시 인기 영화는 범죄도시2와 탑건이었다.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서 표를 구매했는데, 아이가 있는 기혼자들만 범죄도시2를 선택해서 한참 웃었었다. 미혼들은 범죄도시2를 이미 봤던 것이다. 이어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자연스럽게 결혼과 아이 유무에 따라 그룹이 나뉘었다.
아이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화제와 관심사는 완전히 다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이 연령대에 따라서도 다르다. 아이의 나이가 많을수록 초탈한 현자 분위기를 풍긴다. "하이고... 그거 지나고 나면 의미 없어요"
모든 사람은 자기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아저씨, 아줌마들이 보기에 미혼 친구들의 썸남썸녀, 취미, 고민 이야기들은 소꿉장난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미혼 입장에서는 어떤가? 육아, 교육 이야기가 나오면 핵노잼이다. 공감은 물론이고 리액션도 어렵다. 가능한 추임새는 "와~ 귀여워요" 정도. 끼어들 수도, 질문할 수도 없다. 사실 관심도 없다. 내가 예전에 그랬다.
출산과 육아는 특별한 경험이다. 모든 사람이 겪은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육아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모임 구성원이 쪼개지게 만든다. 군대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육아 이야기를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부모 집단에서는 마음껏 해도 된다. 다만 때와 장소, 시간을 가려서 하자. 누가 물어보더라도(분명 예의상 물어봤을 것이다.) 되도록이면 짧게 끝내자. 구성원 사이에 벽을 만드는 배타적인 공감대는 지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