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있다. 바로 '재택 근무'이다.
재택 근무 덕분에
출퇴근 시간과 대중교통 스트레스가
제로가 되었다.
재택 근무에는 다양한 장단점이 있다. 그 중 '출퇴근 시간 절약'은 가장 큰 장점이다. 가끔 약속때문에 출근하면, '이 짓을 10년 넘게 어떻게 했담...' 혼잣말이 절로 나온다.
경기도민으로 오랫동안 살아온 나는, 대중교통과 친숙하다. 초등학교시절부터 고등학교까지 항상 20분 이상 버스를 타야했다. 대학생이 된 이후는 빨간 광역버스를 탔다. 소요시간은 1시간 반에서 2시간. (모두 편도 기준이다.)
첫 회사는 1시간 반이 걸리는 분당이었다. 월요일 또는 눈과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2시간 반이 걸리기도 했다. 두 번째 회사도 1시간 반... 심지어 지금은 2시간이다. 분명 도로는 좋아지고, 철도도 생겼는데 개선되지 않는다.
스무 살 대학생때부터, 40이 다 된 지금까지 나는 길바닥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을까?
연간 근무일수가 247일. 대충 연차 제외하면 230일이다. 10년 동안 왕복 3시간으로 가정하면 무려 6900시간이다. 일자로 환산하면 287.5일이다.
출퇴근 왕복 1시간인 사람에 비해
나는 1년에 '4600시간'씩이나 더
길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길바닥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산 내 인생이 이제와 서글프다. 직주근접 입지에서 학교를 다니고 취업한 사람들에 비해 나는 많은 시간을 뒤처진 채로 살고 있구나... 경제적 차이보다 가용 시간의 차이가 속쓰리다.
회사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편안한 침대에서 더 뒹굴 수 있다. 아침을 먹을 수 있다. 대중교통 배차간격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퇴근하고 좀더 쌩쌩한 몸으로 운동이나 취미를 즐길 수 있다. 시간의 효율은 극복할 수 없다.
긴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보기 위한 노력이 없던 것은 아니다. 책을 읽어보고, 영어 수업도 들어보았다. 하지만 피곤하고 지루한 시간, 대부분은 졸았고, 깨어있으면 킬링타임 콘텐츠만 소비했다. 그마저도 앉아서 가지 못하거나, 환승이 많은 경로라면 불가능하다.
내게 재택 근무란, '하루에 3시간을 보너스로 주는 혜택'이다. 출퇴근에 소모했던 시간과 기력을, 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토록 소중한 보너스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부족하지 않게 자고, 건강을 위해 운동하고, 독서와 글쓰기로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