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 나를 부르는 호칭은 시간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했다. 학생, 군인 아저씨, 대리님, 매니저님, OO아빠 등등.
학생, 회사원, 아빠... 도 쉬운 것은 아니지만 어느 시기가 되면 맡게 되는 역할이다. 다소 수동적인 느낌? 하지만 내가 최근에 들어본 호칭, '작가님', '강사님'. 뿌듯하지만 동시에 낯설다. 나를 부르는 상대방은 자연스러운데, 나 혼자 부끄럽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아내 친구 남편은, 나와 동갑인데도 내가 빠른 생일이라고 항상 형님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나를 형님이 아니라 '작가님'이라고 불렀다. 며칠 함께 있다 보니 처음엔 낯 간지러웠던 '작가님' 호칭에 익숙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호칭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정의하는 사회 속에서의 내 정체성이다.
내가 어떻게 불리는 가에 따라 내 행동과 생각은 영향을 받는다.
능동적으로 만들어낸 호칭은 더 만족스럽다.
지금까지의 내 호칭들은 어딘가에 소속된 정체성이었다. 학생은 학교에, 회사원은 회사, 아빠는 가족... 하지만 작가와 강사는 다르다. 오롯이 나와 내 콘텐츠를 지칭하는 언어다. 그래서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특별하고도 낯선 호칭. '작가님'과 '강사님'. 그 호칭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더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