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연말 평가 시즌이다. 어느 회사든 이 시기만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다.
연말에는 다양한 HR 이벤트가 있다.
승진
평가와 면담
조직개편
희망퇴직
모두 희비가 교차하는 이벤트이지만, 특히 조직개편과 희망퇴직은 회사의 비인간적인 속성을 잘 보여준다.
회사에게 직원이란
장기판의 말 같은 존재다.
내가 부정적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나이 들어 약해진 선배들 뿐 아니라, 큰 기여를 했던 임원들도 조직개편과 희망퇴직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나가던 사람이라도 어느 한순간에 밀려날 수 있는 것이 조직이다. 장기말끼리 하는 러시안 룰렛 게임이다.
회사는 눈치도, 염치도 없다. 의사결정 권한도 없는 이들에게 주인의식, 애사심을 요구한다. 승진과 보상이라는 당근, 원치 않는 조직개편과 희망퇴직이라는 채찍으로 구성원을 통제한다.
그렇다면 회사 속의 개인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10년 전부터 나는 이렇게 생각해왔다.
1. 회사에게 감정 이입하지 말자.
애초에 회사는 사람이 아니다. 감정과 공감능력이 없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애사심은 좋은 감정이지만, 한 편으로는 위험하다. 애사심이 큰 사람은 자신에게 승진 누락, 예상치 못한 인사발령, 희망퇴직 등 부정적인 이벤트가 발생하면, 회사에게 배신당했다고 충격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회사는 처음부터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 그때그때 필요한 일을 하는 것뿐이다. 애사심은 지독한 짝사랑이다.
2. 회사에게 기대하지 말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올해는 경기가 나빴으니 동결이지만, 내년에는 챙겨주겠지...?', 혹은 '이번에는 내가 좀 힘든 업무를 했으니 다음에는 신경 써주겠지...?' 이런 생각은 부질없다. 회사는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기억한다.
3. 회사는 잘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변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그런 사람들이 모여있는 회사도 변하기 어렵다. 회사가 뻔질나게 '혁신', '도전', '창의'를 부르짖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별로였던 회사면 계속 그럴 것이고, 괜찮았던 회사면 계속 그럴 가능성이 높다.
가끔 회사가 호의를 베풀 때가 있다. 기업문화를 개선하고, 신입 연봉을 높여주고, 예상치 못한 선물이나 혜택을 준다. 그러나 회사 내에서 목적이나 의도 없는 퍼주기는 없다. 구성원 만족도를 높여야 할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4. 회사는 종점이 아니라 정류장이라고 생각하자
지금까지 마치 회사가 악마인 것처럼 잔뜩 써놓았지만, 의외로 나는 회사를 좋아한다. 회사는 나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 업무 관련 교육 기회도 주고, 프로젝트하라고 예산도 준다. (심지어 직원들끼리 친해지라고 밥도 사준다.) 회사를 다니지 않았다면 당연히 경력도, 네트워크도 없다.
내게 회사는 정류장이다. 종점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정차했던 모든 회사에서 동료들과 열심히 일하다 보면 전보다는 나은 내가 되겠지 생각했다. 이렇게 회사와 나를 분리하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면, 회사에게 상처받을 일도 없다.
회사가 나를 통해 부가가치를 얻는 것처럼, 나도 회사를 통해 경험과 사람을 얻어가는 것.
이런 관계가 서로에게 건강한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평범한 내가 밖에서 그나마 다른 사람들에게 대접받고 신용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회사라는 갑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직원 개인보다 격이 높다. 그래서 좋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일수록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문제는 아니지만, 상황이 급변할 때 유연성이 떨어진다. 평생 한 직장에 근무하다가 비자발적으로 퇴직하신 분들의 글을 보면, 그 정신적 충격이 어떨지 가늠하기 어렵다. 회사는 나를 평생 보호해줄 수 없다.
최근 10년 변화 속도가, 이전 몇십 년의 속도보다 빠르다고 한다. 노사관계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회사에게 상처받지 말고, 회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자. 그러면 일을 대하는 태도도 보다 프로페셔널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