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식PM Nov 16. 2022

직급, 호칭 개편과 수평적 조직문화

지금까지 6개 법인에서 근무해봤다.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던 시기에 여러 회사를 다니다 보니 직급, 호칭도 다이내믹했다. 심지어 다니던 회사에서 직급 체계가 바뀐 것도 두 번이나 경험했다ㅋㅋ


인사에서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수평적인 조직문화' 같다. 경영 환경이 급변하다 보니 고연차 직원들의 경험보다 주니어나 신입들의 개성과 진취적인 사고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진 탓이다. 회사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젊은 직원들을 끌어들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회사가 시도하는 일 중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단연 '직급, 호칭 개편'이다. 나는 세 가지 정도의 케이스를 봤다.



전통적인 체계

아직도 많은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다. 승진의 재미(?)가 있다. 승진을 하면 보상이 달라지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연차가 쌓이면 자동으로 승진되는 회사도 있었다. 하지만 호칭이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만족감이 있다. 반면에 공채 위주의 문화일 경우 진급자와 진급 누락자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1. 일부 구간을 묶기

보수적인 회사에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지향할 경우, 절충의 절충을 거치다 보면 만들어지는 형태다. 8년 정도의 주니어를 묶어서 한 덩어리, 그 이상의 시니어를 묶어서 한 덩어리로 나눈다. 시니어 중에서 직책자(조직장)가 선발되고 직책자가 되면 호칭이 달라진다. 


2. 직책자 미만을 묶기

OOO팀장, OOO 그룹장 같은 직책자 미만을 통일하는 방식이다. 직원 간에는 호칭이 없지만, 인사 시스템에서는 등급, 레벨, 밴드 등 다양한 형태로 보상 수준이 다르다. 이 단계부터는 서로의 연봉을 모른다. 


3. 모든 호칭 없애기

수평적인 문화에 진정성이 있으면 적용되는 형태다. 대표이사, 심지어 오너나 창업주에게도 동일한 호칭을 쓴다. 최고 경영자가 이렇게 하자고 해야 가능하다. 


모든 형태를 경험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3번이다.

애매하게 묶어 봤자 전통적인 체계와 다를 것이 없다.

1번이면, 전화나 메일을 보내기 전이나, 회의록과 보고서에 담당자 이름을 쓸 때마다 찾아보고 순서대로 배치해야 한다. 처음 연락하는 사람일 경우, 미리 직급을 확인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품이 좀 더 들어가는 수준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보상 체계가 애매해진다는 것이다.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할 때,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할 때 기존에는 유무형의 보상이 있다. 회사가 제도를 바꿀 때, 과연 경영진 편일까? 직원 편일까? 보상 체계는 직원에게 불리하게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


직원끼리는 원래 수평적이다. 항상 그 위(?)가 문제다.

2번처럼 직책자 호칭을 유지하면, 위계에는 변화가 없다. 직원끼리는 이미 수평적이다. 팀장, 대표이사와 수평적이어야 진짜 수평적인 것 아닐까? 호칭으로 문화를 바꾸고 싶다면 1, 2번은 대안이 아닌 것이다.


의외로 시니어도 3번이 좋다.

호칭이 주는 만족감도 있겠지만, 그에 따르는 무게와 책임도 있다. 내가 김정식 차장님으로 불린다면, 사원 대리 친구들에게 물어보거나 대화하기 불편할 것이다. (호칭이 아니라도 힘들긴 하겠지만?!). 동등한 입장에서 일을 해야 나도 성장할 수 있어서 좋다. 주니어들에게 물어보고 배우기도 편하기 때문이다. 주니어도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좋을 것이다.




직급과 호칭을 없애는 것은 대찬성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회사에게 이롭다고 생각한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건강한 토론이 가능해야 회사도 옳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목적이라면 반드시 모든 호칭을 없애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은 회사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호칭이 대수냐?'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언어라는 것이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호칭은 직장 내 위계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나보다 높은 직급 호칭을 붙여 상대방을 부르는 그 즉시, 둘 사이의 위계가 형성된다. 이 관계가 쌓이면 자유로운 소통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훌륭하다. 하지만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겐 너무 낯선 호칭 - 작가님, 강사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