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식PM Jan 07. 2023

싱가포르 조기유학 (12) - 현지생활 가이드

예비 싱가포르 체류자(주재원, 유학생 등) 정보 모음

싱가포르 여행 가이드는 많지만, 싱가포르 현지 생활 가이드는 부족하다. 그래서 내가 알게 된 2022년 12월 기준 최신 정보들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리해 본다.




한국생활 정리보다 현지생활 준비가 훨씬 어려웠다.


싱가포르에 가본 적도 없는데,
세 가족이 살 준비를 해야 했다.

지금까지 원장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싱가포르에서의 생활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준비하기 시작했다.



1. 거주지 마련


월세 계약이 일반적이다. 현지인들은 HDB(우리나라 주공아파트와 비슷)를 청약해서 거주한다. 땅 값이 비싼 나라지만, 토지 공개념이 적용되어 현지인들에게는 저렴한 월세로 주거지를 공급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대체로 콘도에 산다. 수영장 등 편의시설이 갖춰진 아파트 단지라고 보면 된다.


요즘은 PropertyGuru라는 앱이 있어서 직접 집을 알아보고 계약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계약하고 싶었다. 원장님이 소개해주신 에이전트도 있었지만, 아내는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해결했다. '인맥'이다.


아내의 고등학교 친구가 싱가포리언과 결혼하고, 싱가포르 영주권자로 살고 있었다. 아내 친구가 소개해준 에이전트와 함께 콘도 세 곳을 facetime으로 확인했다. 마음에 드는 곳에 오퍼 했으나, 먼저 오퍼 한 경쟁자가 있었다. 싱가포르인들이 한국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내는, 한국인이라는 것과, 엄마와 딸만 거주한다는 것을 적극 어필했다. 이것이 통했는지 우리가 계약할 수 있게 되었다.


간단하게 썼지만
굉장히 스트레스받는 상황이었다.

싱가포르는 코로나가 거의 종식된 상황이고, 홍콩이나 러시아 전쟁 등의 국제환경 때문에 글로벌 회사들의 아시아 본사들이 싱가포르로 몰리고 있었다. 달러 강세로 전 세계 환율이 난리였지만, 유일하게 싱가포르 달러 환율만 높아졌다고 한다. 외국인들의 싱가포르 유입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요약하자면 집을 구하기 어렵고 비싸다는 것... 집주인들은 자기 맘에 드는 세입자를 고를 수 있었다.


비자가 없는 우리는 계약을 할 수도 없었다. 이때 도움을 준 사람이 아내 친구였다. 선뜻 나서서 본인 명의로 계약을 해줬다. 해외 송금 수수료가 많이 나온다며, 보증금과 월세 입금도 대신해 주었다. 이 친구가 아니었다면, 한국에서 원격으로 현지 집을 구경하고 계약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가 2주간 지낼 임시 숙소도 저렴하게 섭외해주기까지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주하게 된 콘도. 365일 물놀이가 가능하다.


우리는 운이 참 좋았다.



2. 비자 준비


장기 체류를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다.


아이의 학생 비자(Student Pass)는 원장님 도움으로 준비가 된 상태였다. 예방접종 승인과 국제학교 오퍼레터 등으로 학생 비자를 신청했고, ICA 방문 일정까지 예약했다. 나중에 ICA에 가니, 방문 일정이 무색하게 한 시간 정도는 대기했던 것 같다. 그래도 크게 어렵지 않게 발급에 성공했다. 유효기간도 넉넉하다 2029년까지 라니ㅋㅋ


아내의 동반 비자(Dependent Pass)는 조금 더 복잡했다. 동반 비자는 아이의 학생 비자가 나와야 신청할 수 있어서, 국내에서 서류를 준비하고 싱가포르에 체류할 때 신청해야 했다.


아이 기준으로 발급한 가족관계증명 영문본, 여권사본, 증명사진은 쉬웠으나, 혼인증명서는 영문 번역 후 공증을 받아야 했다. ICA 홈페이지에서 신청하기 때문에, 모든 문서는 pdf 파일로 준비해야 한다. 문서를 출력할 때 pdf로 저장하는 옵션을 사용하거나 스캐너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vFlat이라는 앱으로 최대한 잘 찍어서 pdf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증명사진은 400 x 514px에 60KB 규격의 JPG파일이다. 추가로 이메일 주소, 최종학교와 졸업연도, 종교 등 필요한 정보는 스폰서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특이하게 할머니나 외할머니의 영문 성함과 생년월일 정보를 요구했다. 동반 비자가 아이 엄마에게만 나오는 것도 그렇고, 동남아의 모계사회 전통일까 싶었다.


이 부분은 원장님이 소개해주신 현지 스폰서를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 스폰서는 일 년마다 일정 비용을 받고, 비자 신청을 대행해주거나 병원 방문 등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3. 현금, 카드, 송금수단


최근 Paynow라는 QR기반의 간편 송금이 보편화되어 현금 거래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 은행계좌가 없는 우리는 현금이 필요했다. 200만 원 정도 미리 환전을 했다.


해외 결제가 가능한 카드도 여러 가지 마련했다. 가지고 있던 신용카드, 토스뱅크 체크카드, 트레블월렛 선불카드를 준비했다. (현지에 있는 지금, 결론적으로 트레블월렛이 가장 편하고 환율도 좋고 수수료도 없어서 이것만 쓰고 있다.)


해외 송금도 준비해야 했다. 외국환거래규정에 따라 해외송금은 월 5000 USD, 연간 50000 USD로 제한되어 있는데, 학비가 이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주거래 은행을 통해, 유학생 송금 목적으로 거래외국환은행을 지정했다. 유학생 송금을 포함한 몇 가지 목적은 온라인으로도 신청이 가능했다.


간편 송금 방식이 있을까 싶어서 찾아봤더니 센트비(SentBe)라는 스타트업 서비스가 있었다. 은행명, 계좌번호만 있으면 저렴한 수수료에 빠른 송금이 가능해서 잘 사용하고 있다. 다만, 송금자명이나 송금메모를 지정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받는 사람 은행에서 노출되는 송금자명은 TRANGLO PTE. LTD, 송금메모는 TRANGLO PTE. LTD Gxxxxxxxxxxxxx 이다. xxx부분은 센트비 송금이 성공하면 sms로 받는 코드이니 참고하자.



4. 휴대폰 로밍과 현지 유심을 통한 데이터 사용


한국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도 스마트폰이 매우 중요하다.


정보를 수집하다 보니, 해외에 거주하면 가장 곤란한 것이 공인인증서와 휴대폰 본인인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인인증서는 pfx파일로 내보내기 하여 클라우드에 보관하면 되지만, 휴대폰 본인인증이 문제다. 한국 전화번호를 유지하고 전화나 sms를 받고 싶으면 듀얼심 기능이 있는 휴대폰이 필수다. 이를 위해 나와 아내 모두 아이폰으로 기변 했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 폴드 4나 Z플립 4부터 이심+물리심 듀얼심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도 현재는 이심(esim)이 보급되고 있고, 일부 알뜰폰 사업자들도 이심을 지원한다. 한국용 회선은 이심으로 준비하고, 싱가포르에서는 선불유심(Prepaid sim card)으로 듀얼심 세팅을 하면, 두 나라의 회선을 모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나는 KT, 아내는 KTm모바일로 이심 개통을 해두었다. (아내 회선은 KT스카이라이프로 개통했다가, 해외 로밍 안된다는 정보를 나중에 알게 되어, 6개월 이내 번호이동 시 필요한 서류까지 제출하고 어렵사리 번호이동했다ㅋㅋ)


KT는 StarHub로 로밍된다. 선불유심도 어쩌다보니 StarHub다.


도착일과 다음 날은 선불유심을 구매하기 힘들 것 같아, kkday에서 2일 치 데이터 이심을 미리 구매해 두었다. 이심은 QR코드로 개통할 수 있다. 이메일로 받은 QR코드와 안내를 프린트해 놨다.


선불유심의 최대 유효기간은 180일이다. 문제는 이 번호를 계속 유지하고 싶을 때다. 선불에서 후불(Postpaid) Plan으로 넘어가야 번호 유지가 가능했다. 조금 알아보니 같은 통신사이거나 Singtel은 GOMO, StarHub는 giga라는 알뜰폰(MVNO)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아내의 경우 DP(동반비자, Dependent Pass)를 받을 예정이므로 번호 유지가 가능할 것 같다. 나는... 비자가 없으니 하는 수 없이 계속 번호 바뀔 신세다.



5. 유용한 앱들


현지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할 일이 많다. 어떤 곳은 QR코드로 주문을 받기도 하는데, 언어 설정이 한글이면 기술 지원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잘 모르겠으면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면서 해달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실제로 뭐가 안 돼서 물어볼 일이 많았다.) 그래서 출국 2주 전부터 OS 설정을 영어로 해두고 썼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 이제는 별로 어색하지 않다.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앱들


번역 : Google Translate, 파파고

영알못인 나는, 조금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때 번역기를 활용한다. 의외로 파파고가 괜찮아서 애용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 음성인식이 정확해서 타이핑보다 자주 쓴다. 다만, 사진 속의 텍스트를 인식해서 번역하는 기능은 구글이 더 훌륭했던 것 같다.


교통 : Google Maps, SG MRT, Grab, Gojek, CDG Zig, EZ-Link

Google Maps는 해외 대부분에서 진리이니 넘어간다. 그러나 구글맵의 단점은 지하철노선도를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SG MRT는 종이 지하철노선도를 떠올리게 만드는 간단한 앱인데, 구글맵을 보완해 준다. (물론 우리나라 지하철노선도 앱들 수준을 기대하면 안 된다.) Grab, Gojek, CDG Zig는 우버 같은 택시앱이다. 쓰다 보니 아무래도 Grab에서 콜이 잘 잡히고 저렴한 경우도 많았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처럼 아무 데서나 택시를 세울 수 없다. Grab은 택시승강장을 핀으로 잘 찍어줘서 편했다. Grab은 한국에서도 미리 카드를 등록해놓을 수 있다. 아이폰의 경우는 위치서비스 권한을 꺼놓고 등록했더니 잘 됐다.


배달 : Grab food, Food Panda, deliveroo

나는 Grab에 트레블월렛을 등록해서 사용하고 있다 보니, Grab food가 편했다. 온갖 음식점에서 배달원을 봤는데, 주로 Grab과 deliveroo 유니폼이 많이 보였다. 한국과 다르게 대형 쇼핑몰에서도 배달 서비스를 하는 곳이 많다. 쇼핑몰에서 헬멧 쓴 플랫폼 노동자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신기했다.


쇼핑 : Lazada, Qoo10, iHerb

아내가 현지 음식을 잘 못 먹자, 아내 친구는 걱정이 되었는지 각종 한국 음식점과 Lazada의 Redmart를 알려줬다. iOS 기준, Lazada는 국가 제한이 걸려있는 앱이라서, 한국 Apple ID로는 다운로드가 불가능하다. 국가/지역 변경을 시도했지만, iCloud나 가족 설정으로 묶여서인지 불가능했다. 결국 싱가포르용 Apple ID를 만들었고, AppStore 제일 하단에서 한국 계정을 로그아웃하고, 싱가포르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성공했다. 이렇게 가끔 소재 국가를 타는 앱이 있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큐텐과 아이허브는 한국에서도 많이 이용했던 서비스라 부담이 없다.


통신 : StarHub Prepaid, Singtel Prepaid hi!App, WhatsApp

나는 세븐일레븐에서 스타허브의 180일짜리 선불유심을 구매했다. 활성화하는데 삽질을 하긴 했으나 성공했다. 하루이틀 사용하고 있으면, 데이터 120기가를 선물로 준다. 유효기간은 한 달이니 열심히 사용하자. 싱가포르는 전화를 받는 사람도 돈을 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WhatsApp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톡처럼 기능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메신저는 물론이고 전화 역할도 크다. 스타허브 외에도 Singtel이나 M1이라는 통신사가 있다. 커버리지가 넓어서 Singtel을 선호하는 것 같다. 나는 스타허브를 사용하며 부킷티마, 도심, 탬피니즈를 주로 오갔는데 파란색 Downtown Line MRT에서는 딱히 불편함을 못 느꼈다. 


O2O : McDonald's, Starbucks SG, IKEA Shopping

싱가포르 맥도날드에서는 테이블 주문이 가능하다. 메뉴를 고르고, 지점을 선택하고,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고, 결제하는 것까지 모두 앱으로 할 수 있다. 조금 기다리면 직원이 테이블에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준다. 굉장히 편리하다. 스타벅스 앱은 받아놓고 주문해본 적은 없다. IKEA Shopping은 싱가포르 국가 제한이 걸려있다. 한국 이케아 앱과 UI는 동일하지만 중복으로 설치된다.



6. 교통수단


내 경우는 세 명이 움직이다 보니 Grab을 자주 탔다. 날씨가 무덥고 아이가 있다 보니 이동 시간이 많이 지친다. Grab을 타면 시원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싱가포르는 자가용을 사려면 세금 부담이 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래서 교통체증을 거의 느낄 수 없어서 Grab이 더 좋았다. 


처음에는 저렴하다고 Grab을 많이 이용했지만, 제법 나가는 비용에 은행 잔고가 걱정됐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구글맵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을 정도로 안내가 잘 되어있다. 트레블월렛 카드로도 MRT를 탈 수 있지만, 테스트해보니 수수료가 꽤 되어, ez-link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



7. 먹거리


싱가포르는 음식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면 인당 5만 원 정도는 써야 했다. 그러나 나는 여행이 아니라 살기 위해 왔다. 저렴하게 먹으려면 얼마든지 대안이 많았다. 호커센터, 푸드코트, 캔틴 등으로 불리는 곳들이 아주 많다. 말레이시아, 중국 음식이 다양하고 저렴하다. 좀 더 익숙해지면 치킨라이스, 락사, 프라운 누들, 나시르막 등등 맛있는 것이 많다. 토스트 가게에서 파는 카야 버터 토스트도 맛있다. 현지인들은 이런 곳에서 6달러(5천 원 후반대) 전후로 식사를 해결하는 것 같다. 



이렇게 외식 문화가 발달한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집에서 해 먹기에는 너무 덥고, 벌레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오피스 지역이든 거주 지역이든 식사 시간이 되면 푸드코트들은 인파로 북적이고, 봉지로 포장해가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음료는 달달한 종류가 많다. 한국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을 정도다. 떼(Teh)라고 하는 밀크티, Kopi라고 부르는 현지 커피, 주스를 많이 마신다. 더워서 체력이 빨리 소모되니 당을 선호하는 느낌이다. 가끔 착즙 오렌지주스를 판매하는 자판기도 있는데 저렴하고 정말 맛있다. 강추. 


싱가포르 전반적으로 생활 물가가 비싼 편이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편의점은 많이 비싸다. 500ml 물 한 병에 2달러를 받는 경우도 봤다. 생수는 마트에서 사고, 개인 물병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8. 참고하면 좋은 정보 출처들


검색하다 보면 '한국촌' 정보가 많다. 그러나 여느 커뮤니티가 그렇듯이 눈팅러가 많고, 대답해주는 사람은 적다 보니 글 리젠이나 리플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유용한 정보가 많으니 시간 나면 정독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유튜브 '마리싱'을 많이 참고했다. 특유의 담담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설명, 현지인의 생생한 경험담이 가득하다. 4년 전부터 꾸준히 활동해오신 분 같은데, 그 꾸준함과 성실함이 존경스럽다. 그 외로 '사월이의 싱가포르', '몽선생' 영상도 참고했다.


네이버에서 싱가포르 조기유학 키워드는 '김원장의 싱가로유학 노트' 블로그에 정보가 많다.


브런치에도 싱가포르 이야기를 올려주시는 작가분들이 있다. 새벽님의 자녀 교육 고민에 공감했고, 사라 님의 영어와 현지 취업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했다. 




10일 차 현지인 주제에 제법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니 뿌듯하다. 싱가포르에서 내가 경험하는 것들이 얼마나 강렬한 자극인지 방증이다. 이어서 13회에는 '유학 짐 싸기' 체크리스트를 써보려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