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기 답답해하는 날 보더니 아내가 하루 휴가를 줬다. 처형의 생일인 11일, 수요일에 처형이 우리 집에 놀러와서 애들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 어떻겠냐는 내 제안을 수긍한 것이다. 혼자서만 육아 세계를 탈출하는 거냐며 슬쩍 핀잔을 주던 내게 육아 휴직도 한번 하게 하려고 했더니만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나를 보곤 쉽지 않겠다며 한숨을 쉰다.
갑작스레 얻어진 하루의 시간, 아내가 뭐할꺼냐며 물어봤다. 자전거를 타고 속초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용문역에서 속초로 넘어가는 140km의 코스를 사람들이 많이 타는데, 나는 이왕이면 집에서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다. 집에서 출발해서 속초에 도착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240km를 달려 저 멀리 속초바다가 보이면 어떤 느낌이 들까 궁금했다.
하지만 하루 라이딩 최대 거리가 120km남짓한 나에게 240km라이딩 거리는 힘이 부치는 도전일 수 있다. 게다가 가보지 못한 길이다. 도로 컨디션이 어떠한지, 경로가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잘 모른다. 어떤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초행길을 혼자 간다. 혼자가는게 좀 걱정이 되어 혹시가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이 있느닞 수소문해보았지만 다들 일정이 있었다. 출장, 고향 방문, 육아, 웨딩 사진 촬영 등 갑자기 찾아온 나의 하루와 톱니바퀴가 맞아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다 아쉽게도.
속초에 혼자라도 가야겠다고 결심을 한 후에 라이딩할때 먹을 에너지젤, 양갱도 구입했다. 하나씩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불확실함을 확실함으로 바꿀 수 있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를 생각하면서
꿈을 꿨다.
대학 친구들과 축구를 하려고 준비를 다 마쳤는데 시험을 봐야 한다며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시험장으로 데리고 갔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라던 누군가의 말과는 달리 내 앞에 펼쳐진 시험 문제는 하나같이 난해했다.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서술형 문제, 경우의 수가 몇개나 나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정선되어 있지 않은 날것의 수학 문제를 나를 멍하니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내 자전거를 타고 속초에 갈 수 있을까?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