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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 상남자 Aug 24. 2021

소화제 대신에 '고독' 한 알 어떠세요?

제 아침 루틴 중 하나가 운동하기인데요, 평소에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니깐 자연스럽게 운동을 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비가 오는 바람에 어떤 운동을 할까 하다가 혼자 체육관에 왔습니다. 배드민턴 연습을 좀 할까 해서요. 업무 시작 전 30분 운동하기!


배드민턴은 둘이서 치는 건데 혼자서 무슨 연습을 한다는 거지? 


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저는 오늘 혼자 스텝 연습과 서브 연습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어요. 그래서 7시에 체육관에 도착했죠. 


최근 지인들과 주말 아침에 배드민턴을 치는데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서 자체 리그전을 시작했는데, 이기면 개인점수가 +1점, 지면 -1점을 매기기로 했어요. 그런데 우승한다고 해서 상품도 없고 진다고 해서 벌칙을 받는 것도 아닌데 개인 성적이 매겨진다는 말 한 마디에 다들 승냥이떼처럼 게임 상황에 달려들더라구요. 덕분에 게임은 훨씬 더 박진감 넘치게 되었죠. 역시 '시험'이 필요한 것일까요? ㅎㅎ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로 열기가 가득한 체육관에 혼자 네트를 치고, 신발을 신고 있으니 적막한 분위기가 감돌면서 '고독'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보는 사람도 없고, 알아주는 사람은 당연히 없으며 옆에서 코칭을 해주는 사람도 없는 솔로 연습이었어요.

하지만 혼자 계획을 세워 숨이 턱까지 차오를때까지 혼자 스텝 연습을 하고, 서브 연습을 했어요. 땀 한 바가지를 흘리는데 30분이면 충분하더군요. 

융합(融合)

1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여지거나 그렇게 만듦. 또는 그런 일.
2 둘 이상의 요소가 합쳐져 하나의 통일된 감각을 일으키는 일. 정신 분석에서는 생(生)의 본능과 죽음의 본능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충동을 이른다.

우리가 학습을 할때 자주 쓰는 낱말 중 하나가 '융합'인데요. 최근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자주하곤 하죠. 그런데 융합에서 이 융(融)이라는 한자어는 '녹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 방법 등을 보고 듣고 알게 되었으면 이 것을 내것으로 녹여내고 소화해내는 과정이 먼저 내 내부에서 일어나야 하고, 이렇게 쌓인 컨텐츠들을 주어진 상황과 자극에 맞게 이리저리 연결하여 근사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융합형 인재라고 볼 수 있겠지요. 


 최근 읽었던 '새로운 생각은 받아들이는 힘에서 온다'의 저자 김용택 시인은 우리 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너무 많이 배워서 탈'이라고 하셨어요.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긴 하는데 배운 것들은 자신의 삶에 실제로 써먹어볼 기회가 없기 때문에 결국 '불안함'이 생기기 마련이라구요. 지식소화불량도 생기겠죠.....그럼에도 누군가(?)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것들을 계속 가져와서 학생들에게 권합니다. 


'이거 진짜 맛있거야, 몸에도 좋은거다. 일단 먹어두면 나중에 알게 모르게 다 도움이 된다' 




우리는 외부 자극이 너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가만히 멈춰 있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자극에 노출이 됩니다. 눈을 돌리면 각종 광고와 SNS, 블로그, 카톡, 유투브 등 엄청나게 많은 매체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어요. 게다가 학생들에게는 교과서 뿐만이 아니라 참고서, 문제집 등도 정말 많죠. 각종 공부 비법과 학원에서 제공하는 지식과 정보까지도 있을테구요.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재승 교수의 '열두발자국' 책에서 이런 글이 있었던 것이 기억 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이가 심심해서 뒹굴뒹굴 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러다가 '이것을 한번 해볼까?'하면서 몸과 마음을 움직였을때 진정한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구요. 


저는 멍때리는 시간에 더해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혼자 녹이는 시간이죠. 아까 선생님께 배웠던 내용이나 책에서 봤던 내용을 다시 곱씹어 보고 글로 적어보거나 납득이 안되었던 것을 확신으로 바꿔주는 그런 시간 말입니다. 


 배가 답답할때는 소화제 한 알, 머리가 답답할때는 고독 한 알이 필요한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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