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책읽기 방법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비판적인 책 읽기'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비판'이라는 용어 자체가 학생들에게 꽤 자극적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올해 초 친구의 글을 읽고 선플달기 활동을 할때였는데 두 친구가 서로 씩씩대고 있길래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요지는 내 글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기에 자신도 그 친구글에 비슷한 댓글을 달았고 그것때문에 서로 옥신각신 한 것이였죠. 그래서 학생들 모두에게 저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비난과 비판은 어떻게 다를까?"
학생들과 협의한 바는 이렇습니다.
비난은 이유나 근거가 없이 그냥 개인적인 감정을 실어 그냥 싫다. 이상하다 등의 안좋은 말을 하여 듣는 사람이 납득할 수 없는 아픔을 느끼게 하는 것. 연예인에 대한 무분별한 악플 같은 것들.
비판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나 근거를 바탕으로 듣는 사람의 속은 좀 쓰릴 수 있지만 그 사람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것.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들이 참가자에게 쓴소리를 하는 것들.
그렇다면 '비판적인 책 읽기'를 하려면 비판에 대한 뜻을 먼저 생각해 봐야겠죠. 위에서 비판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나 근거를 바탕으로 한다고 했는데 납득할 수 있다는 말은 곧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합리적인 의심, 이유나 근거를 바탕으로 그것에 정말 맞는 것인지에 대해 의심을 해보는 것이죠. 그렇다면 학생들이 무엇을 의심해봐야할까? 그것은 바로 '관점'입니다.
요약: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 또는 처지
글쓴이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하여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을 글쓴이의 관점이라고 합니다. 글에는 이러한 글쓴이의 관점이 나타나 있고, 특히 주장하는 글에는 글쓴이의 관점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또한 같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관점도 글쓴이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관점 [point of view, 觀點] (천재학습백과 초등 국어 용어사전)
비판적인 책읽기를 학생들에게 쉽게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글이 어떤 관점을 바탕으로 씌여진 글인지를 확인하고 그 관점이 정말 타당한지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지난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살펴봤던 두 가지 예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번째는 콜럼버스 입니다.
콜럼버스는 유럽의 관점에서 볼때, 미국 원주민의 관점에서 볼때 전혀 다른 인물입니다. 유럽의 관점에서 보면 그 당시 지구는 평평하기 때문에 바다 저 멀리 나가다보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지옥에 갈것이라는 대중의 인식을 깨트린 위대한 탐험가입니다. 탐험을 통해 엄청난 발견을 했고, 모험을 바탕으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인물이죠. 지금 시대의 스티브 잡스, 엘런 머스크 정도라고 볼 수 있을까요?
하지만 미국 원주민의 관점에서 보면 침입자, 약탈자입니다. 점차 부에 대한 욕심이 커진 콜럼버스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노예로 삼았으며 그들의 물건을 약탈했습니다. 이미 문명을 이루고 살고 있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은 그렇게 무너져 내렸던 것이죠.
https://youtu.be/U6QnTf1skss(비정상회담 중 콜럼버스에 대한 영상 9분10초~14분)
두번째는 에디슨입니다.
한국 사람 중에 에디슨의 일화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겠죠. 위대한 발명가, 전기와 전구의 아버지, 99%의 노력과 1%의 영감, 축음기 등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물건은 에디슨의 손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에디슨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다보니 '테슬라'라는 인물이 보이더군요. 테슬라 라는 인물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에디슨은 상류층의 이익을 추종하는 기득권자였습니다. 상류층만 사용할 수 있는 직류 전기 시스템을 구축하여 이미 돈방석에 앉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부를 추구하려는 에디슨과는 다르게 테슬라는 교류 시스템을 도입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기의 혜택을 주고자 했습니다.
에디슨의 시선으로 에디슨의 일대기를 바라볼때와 테슬라의 시선으로 에디슨을 바라볼때 분명히 보이는 것이 다르겠죠.
https://youtu.be/PrhtYiHG5oc(직류와 교류의 역사. 에디슨과 테슬라)
위인전을 많이 읽어라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위인전에 등장한 인물이 훌륭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인물의 일생 전체가 다 위대하고 장엄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인생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므로 잘한 선택이 있었고, 잘못된 판단이 분명히 있었겠죠.
하지만 위인전에는 잘한 선택만이 등장합니다. 마치 역사가 승자의 시선으로 씌여진 것처럼요.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들면 꼭 내가 잘 몰랐던 새로운 시선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새로운 시선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이 곧 공감의 시작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