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 글쓰기
아이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 글쓰기
"편지를 쓰는데 걸린 시간은 그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일본 광고 카피도감' 중에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 펜을 들고 한참을 머뭇거렸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이 말을 하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내 진심이 잘 전달될까?'를 고민하며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그 시간. 그 시간은 단순히 글씨를 적는 시간이 아니라, 상대방과 나의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입니다.
아이들의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일기로 쓸 때, 아이는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친구와 다투었던 순간의 억울함, 화해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던 망설임을 문장으로 정리하며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글쓰기는 아이가 자기 내면으로 떠나는 가장 안전하고도 깊은 여행입니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초등학교 글쓰기 교육의 큰 스승이신 故 이오덕 선생님께서는 "글쓰기는 삶을 가꾸는 것이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꾸며 쓰지 마라, 흉내 내지 마라, 정직하게 써라"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미사여구를 동원해 그럴듯하게 포장한 '글짓기'가 아니라, 투박하더라도 자기 삶과 목소리가 담긴 '진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죠.
바른 생각과 태도는 누가 강요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기 하루를 돌아보고, 부끄러웠던 일과 뿌듯했던 일을 자기 언어로 적어보는 과정에서 삶은 정직하고 단단하게 다듬어집니다. 글쓰기라는 '거울' 앞에 서 보지 않은 아이는 자신의 마음이 어떤 모양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카더라' 통신보다 정확한 우리 아이 데이터
식당이나 카페에 가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엄마 아빠는 각자 스마트폰을 보고, 아이는 태블릿 PC로 영상을 봅니다. 몸은 함께 있지만 정신은 각기 다른 곳에 가 있는 '단절된 가족'의 모습이지요.
많은 부모님이 "우리 애는 제가 제일 잘 알죠"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 정보의 출처는 아이와의 대화가 아니라 인터넷 맘카페나 학원 선생님의 상담 전화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작 아이가 요즘 어떤 친구 때문에 고민인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는 모른 채 타인의 시선으로 우리 아이를 판단하곤 합니다.
글쓰기 지도는 부모가 아이의 '진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아이가 쓴 삐뚤빼뚤한 글 속에는 학원 레벨 테스트 결과지에는 절대 나오지 않는 '아이의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 사춘기가 되어 방문을 걸어 잠그기 전에, 글쓰기라는 창문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봐 주세요. 그것이 우리가 아이의 글쓰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가장 현실적인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