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오늘은 열심히 해보자 라든지, 올해는진짜 최선을 다 해서 써보자라든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근데 요즘은 하루를 시작할 때나 한 해를 시작할 때 그런 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 말을 쓰는 순간 진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벌써 지쳐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잘 하려고 하면 잘 하지 못 하고 있는 것만 같은 지금 나의 모습에 좌절하게 된다. 지금은 대신 정말 잘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그냥 ‘양’으로만 생각하려고 한다. 잘 쓰고 싶으면 ‘많이’ 쓰자고 생각한다. ‘질’에 대해서 생각하는 정말 어렵다. 질 같은 건 판단할 수 없는 지능이 떨어지는 하등동물처럼 몇 자를 쓰자라고만 생각해버리면 문제는 아주 간단해진다. 지금부터 몇 시까지 몇 자. 그것만 생각하는 거다. 너무 오래 일하기 싫으면 타이머를 설정한다. 예를 들면 타이머 세 시간, 글자수는 5천자. 이렇게 기계를 작동시키고 쓴다. 일종의 게임처럼.
글 잘 쓰는 법이라든지, 그런 걸 물어보는 분들이 종종 계셨는데 그럼 늘 나의 대답은 같았다. 많이 쓰는 거다. 어차피 내가 쓰고 읽어보면 다 별로다. 이 세상 어떤 비평가보다 더 혹독한 비평가가 자기 안에 살고 있으니까. 바로 그 자기비평의 덫을 피하려면 이렇게 생각하면 좋다. 난 그냥 많이 쓸 거다. 잘 쓸 욕심 같은 건 버리고, 그냥 많이나 쓰자. 그리고 그렇게 양으로 달리는 게 버거운 날, 더는 손가락을 움직이거나 이 일을 하기 위해 일어나기 힘들 시간, 잠시 멈춰서 지금까지 쓴 글을 생각해본다. 느긋하게 목욕을 하거나 예쁜 카페 같은 곳에 갈 수 있다면 더 좋겠다. 그리고 편안하게 생각해보는 거다. 괜찮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럼 아마도 많이 쓴 글이 조금 더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걸 반복하는 거다. 생각없이 하고, 쉬면서 잘 하고 있나 복기해보고. 좀 아닌 거 같아도 밀어붙여서 끝까지 써보고, 아닌 것 같으면 처음부터 다시 가보고.
글 쓰기 뿐 아니라, 살아가는 건 다 그런 것 같다. 뭐든지 하는 게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그리고 많이 하면 적게 한 것보다 조금 더 낫다.
그 과정에서 멈춰서 돌아볼 수 있으면 아마 조금 가다듬을 수 있을 것이다. 재능이 있든 없든, 기준이 자기 자신이라면 문제는 없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진 오늘의 나를 사랑할 수 있다면. 그러니까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때때로 조금 미련해질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너무 똑똑하면 자꾸만 가다 서게 되니까. 오늘은 꼭 오천 자를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