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토요일 저녁의 인터뷰.
기자 1. 당신은 신을 대변한다고 하던데, 그 말을 어떻게 믿죠?
- 믿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기자 2. 당신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제가 어제 말한 일이 오늘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3. 당신은 미래를 볼 수 있습니까?
- 당신이 원한다면 제가 볼 수 있습니다.
기자 3. 저는 언제 죽나요?
- 당신은 오늘 밤 자정에 죽습니다.
기자 3. 거짓말이 형편없군요. 당신은 가짜고 쓰레기야.
- 믿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기자 4. 당신이 메시아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은 없나요?
- 메시아가 아닙니다.
기자 4.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인가요? 신을 대변하는 것이 메시아 아닌가요?
- 저는 질문을 듣고 신을 통해 답변할 뿐인, 대변인입니다.
기자 5. 기적을 행할 수 있나요? 물 위를 걷거나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습니까?
- 저는 대답을 할 뿐, 기적을 행할 수 없습니다.
기자 5. 당신은 한국의 시골에서 태어나 전자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갑자기 왜 이런 미친 짓을 하는 겁니까?
- 저도 하기 싫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자 3. 당신은 죽지 않나요?
- 저 역시 죽습니다.
기자 6. 오늘 밤 복권 당첨 번호를 맞춰보시죠?
- 3, 9, 27, 29, 39, 44
기자 6. 당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까?
-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평범한 인간입니다.
기자 7. 신은 대변인을 왜 만든 겁니까?
- 인류가 진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기자 7. 그 진실이란 것이 무엇입니까?
- 신의 답변은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저보다 지식이 많고 이해력이 뛰어난 사람을 골랐다면 좋았을 텐데, 죄송합니다. 진실이라는 것은 너무도 추상적이어서 진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것이 진실입니다. 더 자세한 답을 구하려면 질문도 상세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저의 이해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수준으로 쉽게 물어주셔야 합니다.
기자 8. 신께서는 인간을 사랑하시나요?
- 신은 인류를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특별한 관심을 갖지도 않습니다.
기자 8. 신을 만날 수 있나요?
- 신은 다만 존재할 뿐, 우리와 만날 수 없습니다. 이야기 책의 독자나 작가도 이야기를 지우고, 이어 쓰고, 새로 쓸 수는 있지만 책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기자 8. 신에게도 인격이 있나요? 예수님이나, 석가모니처럼 사람을 닮았나요?
- 한 사람의 인간이 개미에게 신적인 존재일 수 있더라도 인간의 인격은 개미의 그것으로 해석되지 못하듯이, 신은 인격을 갖춘 존재가 아닙니다.
기자 9. 신이 우리를 만들었습니까? 그가 인류와 만물을 창조했습니까?
- 신은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기자 9. 신은 어느 종교입니까? 유일신인가요?
- 종교는 인류가 만든 것이고, 신의 수는 셀 수 없습니다.
기자 10. 천국은 존재합니까? 사후 세계는 존재합니까?
-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자 10. 평행세계, 평행우주는 존재합니까?
- 존재합니다.
기자 11. 우리의 의식은 왜 만들어졌고, 어째서 죽음을 두려워해야 합니까?
- 의식은 인류가 진화를 통해 획득한 것이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도 적자생존에 따라 이어져 발현한 것입니다. 신의 의도는 없습니다.
기자 9. 악마는 존재합니까?
-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자 9. 영혼은 존재합니까?
- 살아있는 우리에게 영혼은 없습니다. 죽은 뒤에도 없습니다. 다만 생사와 관계없이 그들의 정보는 남습니다.
기자 3. 당신은 지도자가 되려 합니까? 그것이 대변인의 역할이지 않습니까?
- 제가 원한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거부하겠습니다. 대변인의 역할은 끔찍합니다. 단 1초라도 빨리 그만두고 싶습니다. 대변인의 역할이 집단의 지도자라면, 저는 잘못 선택된 겁니다. 그럼에도 신은 제가 마지막까지 대변을 지속할 것이랍니다.
기자 3. 마지막까지라면, 당신이 죽을 때까지 입니까?
- 그렇습니다.
기자 10. 지구의 종말은 언제입니까?
- 우리 우주의 종말은 오늘 밤 자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