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로리 Feb 24. 2023

꽃집에 들러 꽃을 골랐다.

너의 시작, 그리고 나의 시작

꽃집에 들러 주황색 거베라꽃을 골랐다. 거베라의 꽃말은 ‘신비로움’이라고 했다. 핑크색 튤립도 두 송이 뽑아 들었다. 튤립의 꽃말은 ‘사랑의 고백’이라고 했다. ‘용기’를 담은 히아신스도 집어보고, ‘사랑’을 담은 장미도 집어보고. 한 송이, 한 송이마다 꽃의 의미를 생각하며 꽃다발 포장을 부탁드렸다. 내일이면 딸의 유치원 졸업식이 있다. 벌써 졸업이라니.


졸업은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아이는 이제 초등학생이 되어 더 많은 사회생활에서 부딪히고 성장할 것이다. 수많은 성장통을 겪으며 말이다. 지금껏 아이짓을 하던 여러 장면들이 눈앞을 스쳐간다. 포장된 아름다운 꽃다발을 내가 먼저 살포시 안아보며 살짝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내일 나는 지금보다 더 글썽이는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이 꽃다발을 건넬 것이다. 일곱 살의 나이만큼 남들보다 나아가지도, 뒤처지지도 않게. 적당하게 배우고 이해하여 받는 수고로움과 앞날의 응원을 담은 꽃다발이다. 아이는 이제 수십 번 꿈이 바뀔 것이다. 신기하고 반짝이는 것들에 흥미를 가지며 도전해 보기도 하고, 포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난 지금처럼 무엇이든 응원할 것이다. 꿈을 품고 노력하는 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나이가 들어가며 머뭇거리게 되는 것이 있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 나서 포기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용기였다. 하지만 그런 나도 꿈은 자꾸 바뀌었다. 현실을 쫓기도 해보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배워보다가 좌절도 해봤다.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나의 부푼 의지만큼 용기와 노력이 필요했다. 좌절할 때마다 나는 누군가 나에게도 응원의 꽃다발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다정한 말이 필요했다.


나를 다독이며 응원하던 것은 단연코 글쓰기다. 나도 모르던 속마음을 눈앞에 글자로 보여주었던 것이 글쓰기다. 그리고 그런 혼자만의 일기 같던 끄적임이 확장되어 몇 명의 사람들과 글쓰기 모임도 하고 브런치에 글도 공개할 수 있었다. 2년 동안 글을 쓰면서 내가 바뀐 것은 무엇일까? 바로 포기하지 않는 용기다. 겹겹의 용기를 내어 시간이 날 때에는 매일 글 하나씩 쓰기도 하고, 시간이 허락하지 않을 땐 몇 달을 쉬기도 했다. 작은 노력으로 끄적인 말들은 기어코 순백색의 화면, 혹은 A4용지에 포장되어 한아름 꽃다발이 만들어졌다. 나는 충분히 기뻐하며 감싸 안을 수 있는 선물을 받은 것이다.


다음 주에는 드디어 내 이름이 박힌 첫 책이 나온다. 좋아하는 핑크색 커버에 귀여운 눈동자가 힐끗거리는 매력 있는 책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도 집필하는데 1년, 몇 번의 투고 끝에 한 곳의 출판사를 만나 책으로 나오기까지 또 1년이 흘렀다. 나는 그 흘러가는 시간 동안 조금씩 성장했음을 안다. 지난 글들을 읽으며 나의 좌절과 후회, 슬펐던 시간들을 이제는 피식 웃으며 떨쳐버릴 수 있을 만큼 큰 것이다. 이제야 졸업이다. 나를 성장하는데 방해하고 있었던 차가운 계절의 칼바람을 지나 이제야 봄처럼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꽃망울을 맺게 된 것이다.


나의 글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감히 상상도 해보지 못할 때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워 썼던 글을 지우고 삭제하기 일쑤였다. 이제 나는 내가 품은 따스한 에너지를 퍼트려서 매일밤 자신을 부여잡으며 성장하고픈 엄마들에게 용기를 품고 잠들 수 있게 응원하고 싶다.




“글 쓰는 엄마들에겐 절망이 없다.
성공 아닌 성장을 선택한 삶의 도착지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므로.”
                                                      
 - < #낫워킹맘 >의 추천사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종이비행기를 탄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