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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로리 Jun 07. 2023

나는 죄가 없다.

글쓰기모임을 시작합니다.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죄가 아니다. 주고 있는 사랑의 크기를 받고 있는 사람이 온전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도 죄가 아니다. 그렇게 나는 죄가 없다. 내가 원한 것은 언제나 사랑이었으므로.


어릴 때부터 샘이 많은 아이였다. “부모님은 나보다 동생을 더 사랑하는 것 같아!”, “내가 더 잘해주는데 친구들은 항상 저 아이를 더 좋아해!” 어릴 적 내뱉은 말들은 대부분 상대에 대한 질투가 섞여있는 말들이었다.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감정선이 예민해서 눈물짓는 날들이 많았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도 있었다. 잘생긴 남동생은 어딜 가나 주목받았다. 같이 있어도 사람들은 동생에게만 관심을 가졌다. ‘하필 엄마아빠 못난 곳만 닮아가지고...’ 엄마가 혼잣말로 푸념하듯 내뱉을 때마다 퉁퉁한 입술과 옅은 속쌍꺼풀을 거울로 한 번 쳐다보고 엄마 아빠를 번갈아 쳐다봤다. 부모님께 혼나는 날엔, ‘나는 정말로 다리 밑에서 나온 자식일 거야’라고 생각해 본 적도 상당히 많다. 가만히 있어도 운이 넘치고 인정받는 사람들이 있던데 나는 그런 축에 속하지 않는다고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늘 사랑에 목말랐다. 물론 언젠가 이 글을 내 가족들이 읽게 된다면 억울해할 테지만.


인생영화가 두 편이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이탈리아 영화가 그중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비포 선 라이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우연히 만난 관계를 운명적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환경이나 주변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사랑에 올인하는 사람들을 나는 동경하며 살았다. 누군가를 보며 강한 끌림을 얻고, 사랑을 속삭이고,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들. 그런 삼박자를 갈망하며. 내게도 그런 빛이 반짝이길 바라며.


우리가 살면서 하는 모든 행동들은 조금 더 사랑받고 싶어서가 아닐까?


영화 대사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내가 평생 부족하다고 느꼈던 ‘사랑’에 대한 해답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은 어떠냐고 사람들이 물어본다면, 여전히 사랑이 고프고 그래서 매일 글을 쓰고 표현한다. 매일 책을 읽고 그들을 이해하려 한다.  


아이를 둘 키우는 전업주부라고 표현하는 것은 나를 좀 더 사랑하기에 부족한 소개 같아 나를 찾아 나섰다. 좋아했던 영화, 좋아했던 사진, 좋아했던 책. 그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낱말은 역시나 ‘작가’밖에 없을 것 같아서 행복의 찰나를 수집하고 사랑의 문장들을 적어내며 삶을 기록하고 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수학을 전공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식이라 불리는 오일러 등식도 이제는 아름답게 보이지 않으며, 나는 나만의 새로운 축을 찾아 화살표를 그리게 되었다. 원점으로 이동하여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었지만 이 행위 자체가 나의 사랑을 증명하거나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수식으로 느껴진다.


물론 글을 쓰면서 샘이 날 때가 많다. 다른 작가의 수려한 문장에 주눅 들고, 부딪치는 언어의 한계에 좌절한다. 그럼에도 나는 조금 더 사랑받고 싶어서 글쓰기 모임을 시작한다.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죄가 아니다. 그렇게 나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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