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가 잘했나
“아니, 정상은 저 건너편 저 봉우리야.”
“아....”
수락산은 우리가 정상에 오르는 걸 쉽게 수락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말을 이어갔다.
“가끔 나 혼자 여기 올라오면 챙겨 온 막걸리 한 병 다 마시고 술 깰 때까지 앉아있다가 내려가고 그랬어.”
남자친구는 열심히 아저씨의 말에 추임새를 넣으며 경청했다.
“여기서 보는 노을은 진짜 사람 미치게 하더라고”
정말로 저 멀리 노을이 천천히 물들고 있었다.
“아저씨, 제가 감사의 의미로 사진 한 장 찍어드릴게요.” 그가 말했다.
“아이, 아니야. 나는 사진 같은 거 안 찍어.”
그러고는 다시 바위에서 내려와 따라오라고 했다.
“저기 진짜 정상까지 가이드해줄게.”
나는 아직 숨도 고르지 못했는데 남자친구는 아저씨와 함께 또 재빠르게 건너편으로 내려갔다.
끙끙대며 바위를 내려와 다시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을 따라갔다.
어찌나 빠르던지 잠깐 새에 뒷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순간 또 화가 났다.
‘아주 혼자 신나서는 여자친구는 잘 오는지 확인도 안 하고 가버리네.’
내가 가끔 한 번씩 화가 나는 포인트다. 주변에 나 말고 누군가 있으면, 그게 처음 본 사람이든 아는 사람이든 그 사람을 챙기느라, 말에 반응해 주느라 나는 뭐 하는지 안중에도 모르는 것이다.
‘아저씨 그런데 잠시만요, 하고 나를 찾아줄 순 없는 거야?’
점점 분노가 그라데이션으로 치솟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그의 웃음소리가 얄밉게 들렸다. 그가 정상에 도착해서야 밑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 불렀다.
“마이걸! 빨리 와요! 여기서 사진 찍자.”
“뒤도 안 돌아보고 혼자 신나게 가더라?”
이미 감정이 상해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마이걸 기다리고 있었지. 마음속으로는 계속 신경 쓰고 있었어.”
‘난 그 말이 너무 싫다! 마음속으로 말고 행동으로 보이란 말이야.’
또 속으로 중얼거렸다.
“참내.”
“그래도 인증샷은 찍어야 하지 않겠어?”
찍기 싫지만 힘들게 올라왔으니 억지로 주봉 앞에 섰다.
그가 말했다.
“그렇지만 나도 단점 고치려고 노력할게. 말해줘서 고마워.”
등산 전에 말다툼하며 그가 나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오빠야 말로 남에게 거절이나 양해도 못 구하면서 나를 신경 쓰지 않는데 앞으로 같이 살면서 이런 서운할 일이 얼마나 많겠어?!’
출발 전 나에게 했던 말에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속으로만 외치고 참았다. 왜냐, 나도 너도 우리는 모두 단점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근데 나는 마이걸이라서 이해해 줄 줄 알았어. 사실 그런 마음도 있었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화를 내면 이해 못 해주는 사람이 된다는 말이니, 나에게 문제를 돌리는 것 같아 저 말이 불편했다.
“빨리 내려가자. 해진다.”
나는 입이 삐죽 나온 채로 터덜 터덜 내려갔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순탄지 않은 하루다.
하지만 몰랐다. 진짜 힘든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