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모르면 용감하다 (4)

누가 누가 잘했나

by 정선

“아니, 정상은 저 건너편 저 봉우리야.”

“아....”

수락산은 우리가 정상에 오르는 걸 쉽게 수락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말을 이어갔다.

“가끔 나 혼자 여기 올라오면 챙겨 온 막걸리 한 병 다 마시고 술 깰 때까지 앉아있다가 내려가고 그랬어.”

남자친구는 열심히 아저씨의 말에 추임새를 넣으며 경청했다.

“여기서 보는 노을은 진짜 사람 미치게 하더라고”

정말로 저 멀리 노을이 천천히 물들고 있었다.

“아저씨, 제가 감사의 의미로 사진 한 장 찍어드릴게요.” 그가 말했다.

“아이, 아니야. 나는 사진 같은 거 안 찍어.”

그러고는 다시 바위에서 내려와 따라오라고 했다.

“저기 진짜 정상까지 가이드해줄게.”

나는 아직 숨도 고르지 못했는데 남자친구는 아저씨와 함께 또 재빠르게 건너편으로 내려갔다.

끙끙대며 바위를 내려와 다시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을 따라갔다.

어찌나 빠르던지 잠깐 새에 뒷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순간 또 화가 났다.

‘아주 혼자 신나서는 여자친구는 잘 오는지 확인도 안 하고 가버리네.’

내가 가끔 한 번씩 화가 나는 포인트다. 주변에 나 말고 누군가 있으면, 그게 처음 본 사람이든 아는 사람이든 그 사람을 챙기느라, 말에 반응해 주느라 나는 뭐 하는지 안중에도 모르는 것이다.


‘아저씨 그런데 잠시만요, 하고 나를 찾아줄 순 없는 거야?’


점점 분노가 그라데이션으로 치솟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그의 웃음소리가 얄밉게 들렸다. 그가 정상에 도착해서야 밑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 불렀다.


“마이걸! 빨리 와요! 여기서 사진 찍자.”

“뒤도 안 돌아보고 혼자 신나게 가더라?”

이미 감정이 상해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마이걸 기다리고 있었지. 마음속으로는 계속 신경 쓰고 있었어.”


‘난 그 말이 너무 싫다! 마음속으로 말고 행동으로 보이란 말이야.’

또 속으로 중얼거렸다.


“참내.”

“그래도 인증샷은 찍어야 하지 않겠어?”

찍기 싫지만 힘들게 올라왔으니 억지로 주봉 앞에 섰다.

대충 빨리 찍어


그가 말했다.

“그렇지만 나도 단점 고치려고 노력할게. 말해줘서 고마워.”


등산 전에 말다툼하며 그가 나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오빠야 말로 남에게 거절이나 양해도 못 구하면서 나를 신경 쓰지 않는데 앞으로 같이 살면서 이런 서운할 일이 얼마나 많겠어?!’


출발 전 나에게 했던 말에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속으로만 외치고 참았다. 왜냐, 나도 너도 우리는 모두 단점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근데 나는 마이걸이라서 이해해 줄 줄 알았어. 사실 그런 마음도 있었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화를 내면 이해 못 해주는 사람이 된다는 말이니, 나에게 문제를 돌리는 것 같아 저 말이 불편했다.


“빨리 내려가자. 해진다.”

나는 입이 삐죽 나온 채로 터덜 터덜 내려갔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순탄지 않은 하루다.

하지만 몰랐다. 진짜 힘든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