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눈송이라도 계속 쌓이면 나뭇가지를 부러뜨립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기도 합니다. 만 시간의 법칙은 미국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의 논문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만 시간 정도의 훈련 시간이 필요하다는 법칙입니다. 그는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가와 아마추어 연주가의 연습 시간이 많이 차이가 났으며 우수한 연주자들은 만 시간 이상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요한 슈트라우스, 피카소등 유명한 예술가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굉장히 많은 작품들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바흐는 천곡 이상을 작곡했으며 모차르트도 35살까지 짧은 생애에 626곡을 작곡했습니다. 베토벤은 45년 동안 722편을 작곡했으며 피카소는 작품 수가 3만여 점에 이릅니다. 이들이 이렇게 많은 작품을 만들 때는 분명 힘든 시간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의 작품에는 예술가의 고민과 고뇌가 묻어있습니다. 수많은 시간을 노력해서 많은 작품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명곡들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한다면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처음 배울 때 너무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이 곡은 연주를 못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저한테 ‘백 번 연습해봤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했고 집에 와서 한 번 , 두 번 다시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40번쯤 반복했을 때 저는 그 부분을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부터 저는 못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고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하루 종일 그 부분만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재능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꾸준히 하는 힘 , 인내심이 강한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악성(음악의 성인) 베토벤에게는 많은 작품들을 만들 수 있도록 도운 많은 후원자들이 있었습니다. 루돌프 대공, 리히놉스키 공작, 라주모프스키 백작, 발트슈타인 백작 등이 있었는데 그중 최고위는 루돌프 대공이었습니다. 루돌프 대공은 당시 황제였던 프란츠 2세의 동생이며 추기경이기도 했습니다. 베토벤은 평민이었지만 루돌프 대공이 피아노를 배우며 이들은 신분을 넘어 우정을 쌓아갔습니다. 루돌프는 때때로 건방진 베토벤을 이해하고 평생 연금을 주겠다고도 했습니다. 루돌프 대공은 베토벤이 죽을 때까지 이 약속을 지켰습니다.
베토벤은 생계를 위해 음악 개인 레슨을 하는 것이 자신의 활동에 방해가 된다고 투덜대고는 했습니다. 그는 귀족에게 경제적 독립을 하고 싶어서 오늘날의 음악회 같은 것을 열고 저작권등록에 열심이었습니다. 또 귀족들이 갑자기 연주를 해달라고 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면 싸우기도 했습니다. 그런 베토벤이었지만 그는 대공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는지 무려 14곡이나 헌정했습니다.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한 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은 트리오 곡 <대공>입니다. 이 곡은 베토벤이 남긴 7곡의 삼중주(트리오) 곡 중 가장 마지막 작품입니다.
트리오 곡 <대공>은 굉장히 우아하며 기품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베토벤은 이 곡의 초연때 연주를 했는데 그때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피아노, 바이올린,첼로가 같이 연주할때는 서로의 소리가 들리게 음량을 조절해야하는데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아 크게 연주했습니다. 이 곡의 초연은 실패했고 베토벤은 이 연주회 이후 직접 연주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날 바이올리니스트 슈포어는 베토벤의 피아노 실력이 뛰어나지만 너무 크게 피아노를 쳤다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초연은 실패하였지만 이 곡은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음악, 예술성 때문에 베토벤의 중요한 실내악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베토벤 삼중주곡 대공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