긋는 자, 넘는 자, 감시하는 자

선을 긋는 자는 누구인가?

by 채정완
긋는 자, 넘는 자, 감시하는 자_acrylic on canvas_90.9X72.7_2026.jpg 긋는 자, 넘는 자, 감시하는 자 The Drawer, The Crosser, The Watcher, acrylic on canvas, 90.9X72.7, 2026

사회는 끊임없이 기준을 설정한다.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 정상과 비정상, 우리와 타인. 이러한 구분은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 아래 제도화되고, 교육과 미디어, 정치적 담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강화된다. 학벌에 따른 서열, 소득에 따른 계층 구분, 정치적 진영 논리, 젠더와 세대 갈등 등은 모두 사회가 설정한 선의 결과물이다. 선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사람들은 그 선을 기준으로 서로를 판단하고 배제한다.


이 갈등은 자연발생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권력 구조 속에서 재생산된다. 갈등이 심화할수록 사람들은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분노한다. 그 사이에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권력을 쥔 자들은 책임으로부터 비켜선 채 질서를 유지하고 통제력을 강화한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개인은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넘어야 하는 존재가 된다. 그 결과 사회는 협력보다 감시와 비교가 일상이 되는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이 작품 속 중앙의 인물은 붉은 선을 긋고 있다. 그 행위는 기준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드러낸다. 오른쪽 인물은 그 선을 넘으려 한다. 더 나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시도이자, 동시에 위반으로 규정될 수 있는 움직임이다. 왼쪽의 인물은 이를 지적하며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세 인물은 서로 다른 위치에 있지만, 모두 선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선이 그어지는 순간, 넘는 자와 지키는 자가 동시에 생겨나고, 갈등은 그 경계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이 선을 누가, 어떤 이유로 그었는지 묻지 않는다. 그 대신 선을 지키거나, 넘거나, 감시하는 역할에 몰두한다. 갈등의 에너지는 수평적으로 소모되고, 그 구조는 유지된다.


이 문제의 해결은 선을 지우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먼저 선이 만들어지는 방식과 그것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지 인식하는 데 있다. 경쟁을 절대화하는 가치관을 재검토하고, 타인을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조건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변화의 가능성은 열린다. 그리고 타인이 선을 넘는 행위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선을 긋는 행위 자체에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때, 선은 절대적인 경계가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도구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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