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방법

총알 대신 비난을 피하는 시대

by 채정완
생존 방법_acrylic on canvas_33.4X45.5_2026.jpg 생존 방법 How to survive, acrylic on canvas, 33.4X45.5, 2026

현대 사회에서 타인의 잘못과 결함을 향한 비방은 점점 더 노골적이고 집요해지고 있다. 누군가의 짧은 영상 속 실수나 발언 한 장면이 맥락 없이 잘려 확산하고, 그에 대한 수많은 악성 댓글과 조롱이 순식간에 쏟아지는 장면은 이제 낯설지 않다. 사과나 해명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이미 개인은 낙인된 이미지로 소비되고, 그 이미지에 맞춰 비난은 증폭된다. 특히 인터넷과 SNS라는 익명성과 속도를 기반으로 한 환경은 이러한 경향을 가속한다. 비판은 점점 분석이 아닌 공격으로 변하고, 이해는 사라진 채 판단만이 남는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기보다,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그것을 공유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속한 사회 구조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과잉 경쟁 사회에서 개인은 끊임없이 수치화되고 비교되며, 평가의 대상이 된다. 취업, 성과, 자산, 팔로워 수, 조회수와 같은 지표들은 개인의 가치를 단순화된 숫자로 환원시키고, 그 안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심리가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타인의 실패나 결함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되며, 공격은 일종의 우월감과 안전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동시에 알고리즘 중심의 플랫폼 구조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반응일수록 더 널리 확산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비난과 혐오를 더 강화한다. 결국 개인의 감정과 행동은 시스템과 구조 속에서 증폭되고 재생산된다.


'생존 방법'은 이러한 현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화면 속 인물은 영화 '매트릭스'의 총알 회피 장면의 자세를 패러디한 모습이지만, 그가 피하고 있는 것은 총알이라는 물리적 위협이 아닌 수많은 손가락질이다. 사방에서 뻗어오는 손가락은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집단화된 시선과 판단을 상징한다. 총알보다 더 빠르고 집요하게 날아오는 비난 앞에서, 인물은 비정상적인 자세로 몸을 꺾으며 이를 회피하려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타인의 실수를 이해하기보다 공격하기 바쁜 사람들이 되었을까. 그리고 그러한 행위가 과연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위치로 이끌고 있는가.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모자람을 향해 손가락을 드는 대신, 그 손을 내밀어 타인을 향해 다가서는 선택 불가능한 것일까?


진정한 생존은 타인을 밀어내는 데서가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판단을 유보하고 맥락을 이해하려는 태도, 경쟁 속에서도 인간성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 작품은 단순히 비난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생존의 방식을 다시 질문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 속에서, 다른 방식의 가능성을 조용히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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