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머리로 지내는 고사
한국에는 어떤 큰 행사를 치르기 전에 고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다. 고사의 유래는 집안의 안녕을 위하여 가신들에게 올리는 의례에서 비롯하였다고 한다. 현대에 들어서는 집안의 안녕보다는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큰 행사를 주최할 때, 혹은 새 차를 사거나 하는 등 일상에 큰 변화를 줄 만한 일이 있을 때 그 일이 잘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고사를 지낸다.
고사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것이 바로 돼지머리다. 돼지머리를 올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다양한 설이 있다. 윷놀이에서 돼지를 상징하는 '도'가 시작을 의미하여서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응원을 담았다고도 하고 돼지의 한자 말 '돈'이 우리말 '돈'과 같은 소리라 많은 부를 얻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돼지는 한 번에 많은 새끼를 낳는 동물로 풍요로움을 의미하기도 하기에 여러모로 고사를 지내는 마음과 잘 맞는 상징성이 있기에 고사상에 꼭 쓰인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부와 성공을 기리며 그 돼지머리의 콧구멍이나 입에 돈을 끼워 넣고는 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를 보면 2022년 산업 재해의 사고 사망자 수는 874명으로 1만 명 기준 0.43명이 산업 재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는 OECD 국가들의 평균 사망 만인율 0.29%를 훌쩍 넘는 수치로 우리나라는 항상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산업 재해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많은 법안이 나왔지만, 이는 대부분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 해당하는 사항들이고 50인 미만의 소규모의 업장들에는 해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실제로 작년 874명의 사망자 중 707명이 50인 미만, 5인 미만의 업장에서 나왔다는 통계를 보면 대기업에 대한 제재만으로는 산업 재해 사망자 수를 줄이기 어렵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외주화 된 산업의 구조도 이런 산업 재해를 키우는 데 큰 영향을 준다. 대부분의 소규모 건설, 제조업 기업들이 대기업에 외주를 받는 협력 업체의 형태로 산업이 구조화되어 있어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낮은 납품 단가를 유지하기 위해 안전은 뒷전으로 한 채 어떻게든 요구 품질에 맞춰 빠르게 일을 진행하다 보니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내년 2024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다고 한다. 이 법의 적용이 많은 노동자의 사고를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는 인간의 노동이 들어가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 안에 근로자의 안전이 하나의 항목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익률 증가를 위해 사람의 목을 놓고 고사를 지내는 형태의 사업을 계속해 나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