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위에 서고자 하는 마음
'불만에 대한 단상'이라는 주제로 사회가 가진 여러 문제에서 오는 불만들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최근에는 그런 문제들이 어떤 이유로 시작되는지에 초점을 맞춰 작품들을 그려나가고 있다. 2023년 6월에 있었던 개인전에는 '다름'을 주제로 우리 사회가 가진 여러 가지 다른 모습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작품들을 위주로 작업을 했었고, 다음 개인전에는 '욕망'을 주제로 잡고 작업을 해나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이 있었는데 독일 낭만주의의 대표 화가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Der Wanderer über dem Nebelmeer)였다.
워낙 유명한 작품으로 여러 작가에 의해 수도 없이 오마주 된 작품이다. 작품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지만 주로 거대한 자연을 마주한 인간이 느끼는 경외심과 자연의 숭고함과 위대함, 그리고 유한한 인간의 생명과 무한한 자연의 관계에 대한 내적 통찰을 표현한 작품으로 해석된다.
이 작품을 접했을 때 우선 나는 작품이 가진 시각적 아름다움에 매혹되었다. 그 후 처음 다가왔던 느낌은 자연에서조차 군림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담은 모습이라고 생각되었다. 높이 솟은 바위 위에서 다른 봉우리들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마치 정복할 곳들을 바라보는 지배자의 모습으로 느껴졌기에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 관계를 표현했다기보다 자연을 일방적으로 지배하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런 기억이 남아 있었기에 욕망에 대한 첫 작품은 이 작품을 오마주 하여서 작업을 진행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속 남자의 뒷모습을 빌려오고, 서 있는 발판은 현대 건물의 직선적 형태로 변경하고 인물이 내려다보는 풍경은 군중의 모습으로 대체하여 남들 위에 서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모든 사람은 불안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리고 어떤 이들을 그런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갈구한다. 남들을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이 생기면 자신이 가진 불안이 줄어들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렇기에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항상 남들과 경쟁 구도를 만들어 가면서 그 경쟁에서 이겨나가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경쟁이란 것은 항상 승패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므로 경쟁에 참여한다는 것은 자신을 불안한 위치에 놓이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권력에 대한 욕구가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그 경쟁이 다시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그런 뫼비우스의 띠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권력을 가지게 된 사람들은 그 힘에 취해 행여나 다시 그 권력을 잃지는 않을까 하는 새로운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권력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불안은 커지고, 그럴수록 남들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도 커진다.
권력욕이나 지배 심리가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경쟁을 통해 자기개발을 할 수 있고 그를 통해 삶에 대한 성찰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욕망에 깊이 빠져들어 자신과 경쟁하는 이들을 그저 적으로만 치부하고, 경쟁에서 멀어진 이들을 패배자로 규정짓는 등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저 경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되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차게 되고, 그에 따른 불안도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삶에서 오는 불안을 줄이고 싶다면 남들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그들 곁에 머물면서 함께 어깨를 맞대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도와주지 않을까? 어떠한 형태든 지나친 욕구는 우리의 삶을 더 불안하게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