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와 가까워지는 세대의 등장
나태는 기독교의 7대 죄악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인류사에서 경계하여 온 악덕으로 꼽힌다. 인류는 인간의 노동을 통해 문명을 성장시켜왔기에 나태함이 가져오는 비생산적 행동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와 반대되는 개념인 근면과 성실성은 항상 사회에서 추앙받는 덕목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률이 저하되면서 근면과 성실을 외면하고 나태함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1990년대 경기 불황을 맞은 유럽에서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들을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인 NEET 족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본의 버블 경제 붕괴 후 닥친 장기불황 시대, 잃어버린 30년에 성장한 청년층 안에서 등장한 사토리 세대와 한국에서 등장한 결혼, 연애,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 중국에서 경제활동 참여를 거부하며 무기력한 삶을 추구하는 탕핑족 등, 나태를 추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청년 세대 군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에 이유를 찾으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노동의 가치가 상실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심화하면서 노동 소득이 자본 소득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고, 여러 자산의 가치는 상승하면서 그에 따라 물가도 상승했지만 노동의 대가인 급여는 그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노동의 가치는 절하됐다. 그렇기에 현시대의 젊은 층들은 자신의 인생 전부를 노동에 다 소비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고, 노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여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힘들어졌기에 현재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근면과 성실보다 나태함을 택하는 이들이 등장하게 된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정말 문제는, 이런 청년층들의 나태함이 아니다. 이런 현상이 만들어지게끔 사회의 발판을 만들어온, 아니 제대로 된 발판을 만들지 못한 국가 지도층들의 나태함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줄어드는 것과 출산 장려 정책에 들어가는 비용이 반비례한다는 기록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실질적으로 청년층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노동 시장 개선이나, 육아 휴직 관련 정책들은 외면하고 보여주기식의 지원 정책만 발표하는 행태들을 보고 있자면 그저 답답할 뿐이다.
'나태와 행복' 작품은 나태에 빠져드는 세대의 모습과 나태함으로 점철된 대한민국의 지도 권력층의 모습을 함께 담아내고자 한 작품이다. 청년들을 나태에서 끄집어내려면 근면과 성실한 노동이 삶의 가치를 올려줄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심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을 대표해서 일을 하는 이들이 먼저 누구보다 성실하고 근면하게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그에 맞는 정책과 법안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