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사치

사랑에서 마저 자립하지 못하는 우리들

by 채정완
사랑이라는 사치_acrylic on canvas_65.1X90.9_2025.jpg 사랑이라는 사치 Love Is a Luxury, acrylic on canvas, 65.1X91.0cm, 2025

오늘날 청년 세대에게 사랑은 더 이상 자유로운 감정이 아니다. 연애와 결혼은 생애에 있어서 자연스레 찾아오는 과정이 아닌, 현실의 벽에 의해 선택적으로 누릴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한때는 서로를 향한 진심만으로도 가능했던 감정들이, 이제는 경제적 조건과 사회적 배경이라는 계산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사랑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 관계가 가능한가?',' '지금, 이 상황에서 사랑을 하는 게 맞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감정의 희석 때문이 아니다. 그 근원에는 오랜 시간 누적되어 온 구조적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 청년 실업률의 증가, 급등한 주거비, 소득 불균형, 그리고 이런 원인에서 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사적인 감정마저 사회적 부담으로 전이시키는 기제가 되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연애와 결혼은 마음 놓고 누리는 것이 아닌 감당해야 할 과제가 되었고, 그로 인해 사랑은 '사치'라는 아이러니한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 '사랑이라는 사치' 작품은 이러한 현실을 시각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 속 두 인물은 입을 맞추고 있지만, 아래를 들여다보면, 이 둘은 자신의 힘으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두 인물의 지지를 받아야만 입맞춤을 할 수 있다. 이 지탱하는 존재들은 각각의 부모 세대를 상징한다.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나누기 위해선 누군가의 지원과 희생, 그리고 이미 다져놓은 기반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표현한 것이다. 사랑은 둘만의 감정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본과 세대의 관계, 계급과 희생의 그림자가 진하게 드리워져 있다. 이처럼 감정이 자립하지 못하는 현실은 연애뿐이 아니다. 결혼, 자녀 계획, 공동체를 이루는 일까지, 우리의 많은 관계들은 감정보다 앞서 경제적 조건이 갖춰졌는지를 먼저 묻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정말 이런 자본적 조건이 있어야만 가능할까? 이 작품은 이 시대의 감정조차 계급화되는 현실을 그렸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어떻게 사랑을 회복할 수 있을지, 사랑을 감정 그 자체로 존중받게 만들 수 있을지를 묻는 기록이다. 비록 지금은 부모 세대의 어깨 위에 얹혀 피어난 감정일지라도, 언젠가는 자신의 발로 땅을 딛고서 사랑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물론 그런 미래는 당연하게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본을 통해 모든 것을 판단하는 인식을 조금만 내려놓을 수 있다면, 우리가 다시 사랑을 감정 그 자체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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