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빼고 다 미친 것 같아

강요된 사랑, 깊어진 고립

by 채정완
나 빼고 다 미친 것 같아_acrylic on canvas_91.0X91.0_2025.jpg 나 빼고 다 미친 것 같아 Everyone’s crazy except me, acrylic on canvas, 91.0X91.0, 2025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연애와 결혼을 기피하거나 유예하는 현상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치솟는 집값과 줄어드는 양질의 일자리로 인해 불안정해지는 미래 속에서 개인의 삶은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내몰리고, 그 속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이제는 아주 큰 사치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고 있으면 주변에서는 '좋은 사람 만나야지',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라는 말로 일상에서 압박을 준다. 마치 사랑이 인간이라면 반드시 경험해야 할 필 수 과제인 것처럼 말이다.


2025년 여성가족부의 발표에 의하면 20~49세 미혼 남녀 중 71.7%가 현재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고, 20대의 29.8%는 연애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연애하지 않는 이유로는 '관심이나 필요성의 부재'(37.8%), '연애할 상대의 부재'(35.6%), '경제적 부담 회피'(16.5%) 등이 주로 언급되었고, 특히 여성의 절반 이상이 연애에 아예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 성향이 아니라, 감정적 여유마저 빼앗기는 사회 구조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사랑조차 생존의 위협 앞에 밀려나는 시대, 관계를 선택하지 않는 삶은 점점 더 보편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연애뿐 아니라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도 뚜렷하다. 통계청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라는 응답은 전체의 52.5%에 불과했고, 20대에서는 39.7%로 더 낮았다. 결혼을 기피하는 주된 원인으로는 '결혼 자금 부족', '출산, 육아에 대한 부담', '결혼 생활의 비관적 인상' 등이 지목되었고, 특히 여성의 경우 결혼제도에 대한 회의감을 자주 언급했다. 이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더 이상 '안정의 상징'이 아니며, 오히려 미래를 제한하는 틀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 빼고 다 미친 것 같아' 작품은 사랑의 관계를 이어가기 힘들어진 사회 속에서 여전히 사랑을 해야 한다는 무언의 강박으로 인해 점차 고립되어 가는 개인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림 속 중간의 한 인물을 둘러싼 네 명은 손가락 하트, 하트 프레임 등 사랑을 상징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고, 중심의 인물은 그러한 제스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손짓을 하고 있다. 이는 사회가 요구하는 사랑의 방식에 자신을 맞추지 못한 개인이 느끼는 극단적 소외와 압박을 표현한다.


‘나 빼고 다 미친 것 같아’라는 제목은, 사실 ‘나만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의 내면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모두가 비슷한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결혼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조차 진짜 감정의 중요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 작품은 그 흐름에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정말 누구에게나 필수적인가? 아니면 사랑조차 누릴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우리는 강요된 감정의 틀을 연기하고 있는 것인가?


사람들이 사랑을 피하고 관계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냉소나 무관심이 아니라 더 이상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마음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탱할 수 있는 환경 위에서 가능해진다. 청년들이 사랑하게 만들고 싶다면, 먼저 그들에게 안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제도와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사랑의 감정 회복은 개인의 의지 이전에 사회의 책임일 수 있다. 청년들이 사랑할 기회마저 빼앗는 사회가 과연 올바른 사회라고 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이 작품을 보는 관객들에게 던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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