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동행
사랑하는 관계가 끝나는 순간을 문학이나 영화 같은 매체들에서는 굉장히 극적으로 서술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에서는 아주 조용한 어긋남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함께 걷던 두 사람의 발걸음이 조금씩 달라지고, 어느 순간 다른 방향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그 차이는 걷잡을 수 없는 거리로 변해버린다. 이별은 종종 누군가가 먼저 걷기를 멈추거나, 반대로 혼자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한 그 순간 시작된다. 두 사람 모두 아직 마음은 남아 있지만, 더 이상 같은 길을 갈 수 없을 때, 우리는 사랑이라는 관계의 끝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기에 동행이라는 가치는 사랑의 본질을 이루는 중요한 축이다. 동행은 단순히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의 방향과 속도, 감정의 리듬을 맞춰나가는 끊임없는 노력이다. 같은 풍경을 함께 바라보며 걷는 그 모든 시간 속에서, 사랑을 살아 숨 쉬며 자라난다. 그러나 이 동행이 흔들릴 때, 우리는 비로소 관계의 불안정성과 그 안에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자각하게 된다. 사랑은 언제나 서로에게 맞추는 일이며, 그 안에서 관계는 조금씩 균형을 이룬다.
'나는 안 갈래', '진짜 안 올 거야?' 이 두 작품은 그런 동행의 균열을 시각화한 연작이다. 하나의 길 위에서 마주한 두 인물은 이제 다른 방향을 향해 있다. 한 사람은 자리에 주저앉아 떠나지 않겠다고 말하고, 또 다른 한 사람은 돌아보면서도 뒷걸음질 없이 걸어간다. 두 작품 속 인물은 무표정한 얼굴과 정제된 몸짓 속에 감정을 숨기고 있지만, 그 눈빛만은 서로에게서 완전히 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시선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감정과 더는 함께할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이 연작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유지되고, 또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동행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누군가와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단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삶의 방향을 함께 맞추는 일이다. 이따금 우리는 그 사랑이 끝났다고 느끼기보다,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게 되었을 때' 비로소 이별을 실감한다. 결국 사랑은, 함께 걸어가는 동안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