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외로움이 무서워

삶에 깊숙이 침투한 외로움이라는 감정

by 채정완


나는 사실 외로움이 무서워, The Truth Is, I’m Afraid of Loneliness, acrylic on canvas, 21.2X33.4cm, 2025

현대 사회에서 외로움은 더 이상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 구조 속에 깊이 스며든 정서적 현상이며, 개인의 정신 건강과 사회적 관계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문제다. 기술의 발달과 도시화, 개인주의의 심화는 인간관계의 양상을 빠르게 변화시켰고, 그 결과 우리는 물리적으로는 가까워졌지만, 정서적으로는 더 멀어진 시대를 살고 있다.


외로움이 확산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도 공동체의 약화는 그 중심에 있다. 근대 이후 개인의 자율성과 자유가 강조되면서, 전통적인 공동체 구조인 가족, 마을, 종교 등이 가지고 있는 소속감은 점차 해체되었다. 동시에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의 능력을 중심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경향을 강화했다. 능력주의는 '개인의 노력'을 미덕으로 삼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 불평등을 은폐하는 기제가 숨어 있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전제는 실패한 개인에게 더욱 냉정한 책임을 묻는다. 그 결과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외로움은 일시적인 정서가 아니라, 삶의 지속적인 조건이 되었다.


'나는 사실 외로움이 무서워' 작품은 바로 이 지점을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 속 인물은 벽에 검은 펜으로 그린 형상의 얼굴과 볼을 맞대고 있다. 마치 누군가와 교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상대는 실재하지 않는다. 이는 현대인이 스스로 만들어낸 관계의 환영이며, 정서적 결핍을 견디기 위한 자기 위안의 한 방식이다. 그와 마주하고 있는 행위는 교감이 아니라 자기 위로이며, 연결이 아니라 환상이다. 작품은 이 장면을 통해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타인과 연결되어 있는가? 혹은 고립된 채 자위적 관계의 형식만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은 우리에게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단순한 개인적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가 어떻게 다루어야 할 과제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현대 사회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형태의 연대다. 정서적 지지와 사회적 환대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 실패를 수용할 수 있는 안전망, 타인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바라보는 윤리적 감각이 그러한 대안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제도적 차원의 개입도 필요하지만, 결국 개인의 실천과 선택에서 비롯될 것이다.


이 작품은 고립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초상일 것이다. 이 모습은 비극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삶에서 놓치고 있는 무언가를 되묻게 하는 질문처럼 다가온다.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가? 타인과 마주 서는 진정한 관계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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