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볼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by 채정완
똥볼_acrylic on canvas_116.8X80.3_2021.jpg 똥볼 Worst shot ever, acrylic on canvas, 116.8X80.3, 2021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끊임없이 선택과 판단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 결정의 출발점을 자신의 주관이나 철학이 아닌, 외부의 기대나 사회적 통념에 두곤 한다. 그 결과, 생각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혹은 그 움직임의 방향성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는 단순히 개인 삶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더 큰 차원에서 집단적 무책임과 사회적 퇴행을 불러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사회적 책임이 큰 위치에 있는 사람들, 예컨대 정치 지도자, 고위 관료, 기업 경영자에게서도 발견된다. 명확한 가치 판단 없이 여론의 눈치를 보거나, 실질적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결정을 미루는 태도가 비일비재하다. 권한을 가진 이들이 사유와 철학 없이 행동할 때, 그 여파는 단기간에 그치지 않으며 공동체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주체성을 상실한 판단과 행위는 사회 전반의 방향성마저 흐리게 만든다.


작품 '똥볼'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 관찰에서 출발한다. 화면에는 격식을 갖춘 정장을 입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얼굴은 비어 있고, 그는 자신의 머리를 직접 걷어차 화면 밖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이 장면은 우리가 얼마나 자주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품 속 인물은 외형은 멀쩡하게 갖춰 입었지만, 인격과 이성을 대표하는 머리를 스스로 걷어차며 자기 존재의 중심을 부정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자주 반복되는 사회적 무의식, 즉 생각 없는 복종과 책임 회피, 자기 성찰 없는 행동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다. 머리는 인간 존재를 사유하게 하고, 판단하게 하며, 책임지게 만드는 상징이다. 그 머리를 스스로 차버린다는 행위는 곧 사유를 포기한 채 살아가는 삶의 방향 감각 상실을 시사한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일 때에만, 그 존재의 의미를 확보할 수 있다. 자기 주관과 철학 없이 살아가는 삶은 결국 자신을 스스로 부정하는 길이며, 그러한 태도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를 위협할 수 있다. 이성적 판단과 주체적 사유는 결코 선택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