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의 흔적과 책임의 부재
현대 사회에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건이 벌어지고, 특정 사건들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분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분명 누군가는 피해를 보았고, 누군가는 명백한 가해를 저질렀는데, 정작 가해자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때로는 당당하게, 때로는 조롱하듯,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일상으로 복귀한다. 그 모습은 불쾌함을 넘어서 의문을 남긴다. 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렇게도 뻔뻔할 수 있을까?
이런 태도의 배경에는 단순한 개인의 비양심만 있는 게 아니다. 사회 구조 자체가 그런 뻔뻔함을 가능하게 만든다.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조차 특권을 누린다. 정치인, 재벌, 유명인 중 많은 이들이 죄를 짓고도 적당한 사과나 일시적 자숙만으로 모든 것을 덮고 돌아온다. 법은 모두에게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관대하게 작동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은 결국 시민 개개인의 법 감각을 흐리게 만든다. 법이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은 법을 지킬 이유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고, 법은 점점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느슨한 규칙이 되어버린다. 결국 사회 전체가 법을 지켜야 할 것이 아닌 걸리지 않으면 그만인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순간, 공동체의 기반은 무너진다.
작품 '근데?'는 바로 이 지점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작품 속 인물은 구체적인 누군가가 아니라, 면죄부를 쥔 가해자의 상징이다. 얼굴과 손에 남은 핏자국은 그가 명백히 어떤 행위를 저질렀음을 암시하지만, 그의 자세는 전혀 반성적이지 않다. 두 팔을 벌리고 고개를 젖힌 채, 마치 '그래서 뭐?'라고 말하는 듯한 제스처는 이 시대 가해자들의 익숙한 태도를 담고 있다.
이 작업은 단지 분노나 고발을 위한 것이 아니다. '책임'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를, 그리고 그것이 우리 모두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되묻고 싶었다. 죄를 짓고도 책임지지 않는 태도는 결국 사회 전체의 윤리를 무디게 만든다. 책임은 더 이상 개인의 몫이 아니다. 그 책임을 묻고 지켜낼 수 있는 사회적 감각이 무너질 때, 공동체는 신뢰를 잃고 균열을 겪는다.
이 작품 책임이 무너진 사회 구조를 비판하며, 그로 인해 법과 윤리에 대한 공동체의 신뢰가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드러낸다. 공정함이 무너진 현실 앞에서, 우리는 이제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하는가를 함께 생각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