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말, 잃어가는 목소리
정보화 시대는 무제한의 연결과 실시간 소통을 약속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세계와 연결될 수 있게 되었다. SNS를 통해 사람들은 하루 수십, 수백 건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AI는 매 순간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하고 분석한다. 정보의 팽창 속도는 인간의 사고 속도를 압도하며, 거의 즉각적으로 세계 각지의 사건과 의견을 전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잉의 정보 환경은 아이러니하게도 진실을 가리는 장막이 되었다. 핵심적인 사실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에 묻히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왜곡된 정보는 빠른 속도로 확산한다.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무엇이 정말 중요한 정보인지, 무엇이 사실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결과 사회는 피로해졌다. 정치 영역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폭로,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 헤드라인의 가짜 뉴스가 여론을 움직인다. 선거철마다 쏟아지는 추측성 기사와 편향된 분석은 대중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사실보다 감정적 반응을 먼저 끌어낸다. 경제 영역에서도 근거 없는 투자 정보와 유행성 재테크 전략이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한다. SNS에서는 짧은 영상과 밈이 폭발적으로 퍼지며, 깊은 맥락이나 비판적 이해보다는 순간적 재미가 우선시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울리는 알림, 끝없는 댓글 전쟁, 클릭 수를 위한 과장된 뉴스와 자극적인 콘텐츠는 사람들의 사고를 산만하게 만들고, 결국 분노와 냉소, 무력감만을 남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속도나 양이 아닌, 무엇을 걸러내고 무엇을 남길지 결정하는 능력이 생존의 기술이 되었다. 비판적 사고와 정보 해독력은 현대인이 반드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방패다. 우리는 가짜 뉴스를 식별하고, 조작된 여론을 의심하며, 자극적인 정보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예컨대, 정치적 논란이 일 때 다양한 출처를 비교하고, 출처와 맥락을 확인하며, 감정적 반응이 아닌 논리적 판단을 기반으로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이 모자라면, 개인의 정신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쉽게 표류하고 만다.
'투머치'는 이러한 현실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화면 중앙의 인물은 양옆에서 끝없이 속삭이는 얼굴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들의 입은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다. 이는 인터넷과 SNS상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정보와 소문, 서로 모순되는 주장, 과잉된 데이터가 개인의 사고를 어떻게 마비시키는지를 상징한다. 중앙의 인물은 양쪽의 쏟아지는 정보에 압도되어 결국 목소리를 잃은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작품은 관람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시대에 나는 어떤 정보를 믿고, 어떤 정보를 버릴 것인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속도를 늦추고, 깊이 사유하며, 타인의 말이 아닌 자신의 판단으로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스크롤을 멈추고, 클릭보다는 사유를 선택할 때, 그때 비로소 과잉의 소음을 뚫고 본질적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개인의 판단력과 비판적 사고는 단순한 지적 능력을 넘어 생존과 정신적 안정을 지키는 마지막 장치가 될 것이다.